행정학의 '과학적 관리론'을 통해 본 K-팝 시스템의 세계화
[왜냐면] 조기웅 |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한국의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뮤직 어워드 3관왕을 수상했다. 2020년 영어로 부른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한국어로 부른 ‘새비지 러브’가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했고, 2021년 발표한 ‘버터’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총 10주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다. 케이(K)-팝 시스템이 길러낸 그들의 서사와 보편적 감성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은 결과이리라.
하지만 비티에스로 대표되는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시스템 속에서 길러진다는 의미의 ‘공장형 아이돌’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그런 탓인지 일부 평론가들은 데뷔 초기 비티에스의 음악은 리뷰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다가, 비티에스의 영향력이 커진 뒤에야 비티에스의 음악에 귀와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논란 속에서 세계적 음악가로 올라선 비티에스와 케이-팝 시스템에 관한 논의는 20세기 행정학에서 언급되는 ‘과학적 관리론’과 이를 기반으로 냉전시대 미국이 전파하려 했던 ‘비교 및 발전 행정학’의 흐름에 대입해 살펴볼 수 있다. ‘과학적 관리론’은 최소 노동과 비용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관리이론으로, 20세기 초 컨베이어 시스템과 결합돼 각종 제품을 효율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과학적 관리론’은 노동자들을 기계의 한 부품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도 받았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가 대표적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나사 조이는 일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미치광이로 취급받고 기계 사이에 끼이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컨베이어 시스템과 과학적 관리론을 희화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과학적 관리론은 생산성을 극대화해 노동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했고, 미국의 국부 증대에도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뒤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과학적 관리론은 이후로도 보완과 발전을 거듭해 행정학은 물론 경영학, 산업공학 등에도 접목돼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과학적 관리론’에 기반해 발전시킨 ‘비교 및 발전 행정학’이 주목받았다. 공산권과 체제 경쟁을 벌이던 미국 정부는 비교 및 발전 행정학을 우방국들에 전파해 효율적인 국가운영 기법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비교 및 발전 행정학은 내부관리 측면에 치중해 각국의 문화, 사회적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결국 보급 노력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고 학계 주류에서도 밀려났다.
다시 비티에스 이야기로 돌아오면, 한국의 케이-팝 시스템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을 배출해냈다. ‘공장형 아이돌’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이를 발전시키고 보완해 전세계에서 가수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꿈을 이룰 기회의 창구가 되고 있다. 그런 케이-팝 시스템을 전세계에 전파해보면 어떨까. 단, 제아무리 뛰어난 케이-팝 시스템이라도 새로운 감성을 발굴하지 못하고 한국적 시스템으로만 머물면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미국 비교 및 발전 행정학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해외에서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되 해당 지역 고유의 서사를 담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지역 고유의 인문학적 서사에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성을 덧씌울 수 있다면, 케이-팝 시스템은 명실상부한 주류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케이-팝과 케이-팝 시스템이 자리잡아, 우리나라가 세계 문화의 더욱 확고한 한 축을 형성할 수 있다는 행복한 상상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런 전파가 케이-팝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더 많이 일어나길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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