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를 위한 '평생교육' 공공성 강화

한겨레 2022. 5.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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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산업구조 재편 속 교육부 역할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결의대회를 한 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4월 임시국회에서 장애인평생교육법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제정·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왜냐면] 이상준 |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교육부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 산업구조 및 고용상태 변화, 그리고 과잉노동이 교육에 대한 요구를 변화시키고 있지만, 여기에 신속히 대응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가 감소한다고 마냥 초·중·고교나 대학교를 줄일 수 없으며 교사 수를 줄이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산업구조 변화로 직업교육 요구도 변화했지만, 그렇다고 특성화고등학교를 구조조정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현장실습으로 대변되는 직업교육은 취업과 교육의 경계선에서 갈 길을 잃어버렸다. 교육부의 위상 악화는 교육을 인적자본투자 강화라는 시장경제 논리로 바라본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5·31 교육개혁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속에서 최근 교육의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여러 교육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고등교육인 대학·대학원에 대한 투자 강화를 얘기하는 이들이 가장 많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고학력 기술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그에 따라붙는다. 하지만 고학력 인력이 만든 생산품이 사용되는 영역에서는 중간기술과 하위기술 인력 수요가 과거보다 더 늘어날 거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또한 현재 대학이 교육의 질 제고라는 책임과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성찰 없이 진행되는 고등교육 투자 확대는 합리적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죽어가는 대학에 산소호흡기를 대줘 생명 유지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면 앞으로 교육정책의 주요 목표는 어디에 둬야 할까? 정답은 교육분야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평생교육 공공성 강화라 하겠다.

교육이 개인이 직업을 가지는 데 이바지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교육을 통해 알아가는 즐거움과 함께 서로 만나고 얘기하는 과정에서의 행복과 만족감 등은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1995년 이래 평생교육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예산상 투자 여력은 미진하다. 평생교육의 일부분인 직업훈련 예산만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합쳐 한해 2조~3조원 수준인데, 교육부의 평생교육 예산은 2021년에 이르러서야 직업교육을 포함해 간신히 1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장애인 평생교육 예산은 134억원 수준으로 예산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장애인 260만명 한명당 연간 5100원에 불과하다.

교육부의 평생교육 투자가 미진하다는 증거는 또 있다. 교육개발원이 조사하는 ‘2021년도 평생교육 통계’ 자료를 보면, 원격교육기관을 제외한 평생교육기관 3451곳 가운데 교육청 설치 및 지정 기관은 9.8%에 지나지 않는다. 앞의 자료에서는 공공, 민간 영역을 구분하고 있지 않지만, 초중등학교와 평생학습관, 시·도 평생교육진흥원을 합친 공공부문 비율은 15%대로 추정된다. 고용노동부 직업훈련의 낮은 공공 부담 비율은 더 심각하다. 2021년 기준 재직자, 실업자 대상 직업훈련에서 우리나라 유일의 공공훈련기관인 폴리텍대학의 부담률은 각각 2.8%와 4.7%에 그친다. 정부가 그동안 평생교육의 접근성 강화와 선택권 확대를 자랑해왔지만, 예산 삭감 때는 그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취약한 구조에 있다.

그동안 교육부의 평생교육은 주로 대학 내 평생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학위 취득을 위한 평생교육 참여율은 1% 약간 넘는 수준이다. 전 국민의 99%는 학위 취득이 아닌 교양, 직업훈련, 시민교육, 취미 등 차원에서 평생교육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평생교육 정책이 고등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유는, 평생교육을 지역경제 살리기와 사립대학 지원정책 차원으로 바라보고 관련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부는 지방교부금을 교육청과 지자체 간 연계협력을 통한 공동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 산업계가 참여하는 다자간 협치 논의 테이블을 구성해 평생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자에 나설 때다. 교육부는 직업훈련을 포함한 모든 평생교육 의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예산상 제약을 이유로 관련 정책을 활성화하지 못했다. 이젠 그런 모습에서 탈피해 명실상부하게 평생교육 정책을 선도하는 위치로 올라서야 한다. 유치원생부터 고령층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모든 사람이 접근성 좋은 곳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배움과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99%를 위한 평생교육’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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