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선·임태희, '경기교육감 후보 TV토론'서 극명한 입장차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6·1 지방선거를 진행된 경기도교육감 후보 첫 TV토론에서 진보성향의 성기선 후보와 보수성향의 임태희 후보가 ‘혁신교육’과 ‘고교평준화’ 등 모든 현안에 대해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팽팽하게 맞섰다.
25일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MBC에서 생중계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후보자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그동안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해 온 ‘혁신교육·혁신학교’ 정책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리며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임 후보는 "저는 기본적으로 지난 13년간의 경기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혁신교육의 핵심은 혁신학교에 있고, 이를 완전히 재검토하지 않으면 경기교육의 변화는 어렵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성 후보는 "지난 13년에 대한 평가를 매우 부정적으로 내리는 부분이 의아하다. 경기도는 지난 2009년부터 수많은 변화를 해왔다"면서 "혁신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참여형 수업이 이뤄지는 등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상당한 변화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경기교육은 2009년부터 학교현장을 바꾸기 위해서 혁신교육을 추진해 왔다"며 "혁신교육의 핵심은 학교가 학교답게 가는 것으로,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교실붕괴 현상을 막기 위한 문화를 가꿔오는 등의 노력을 통해 현재 2500여 개 학교 중 1400여 곳이 혁신학교로 지정될 만큼 보편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임 후보는 "혁신학교를 두고 학생은 일반학교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하고, 학부모는 혁신학교로 지정될까 봐 걱정하는 등 혁신학교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현장을 많이 봤다"며 "혁신학교의 취지가 아닌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문제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기교육의 가장 문제는 아이들의 학력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이는 결국 ‘혁신학교는 실패작’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며 "앞으로는 디지컬 기기의 공급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성 후보는 "20여년 간 연구했던 분야가 학력이다. 2012년부터 경기도교육원에서 ‘교육 종단 연구’를 설계해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성적 변화를 추정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 혁신학교가 일반학교보다 성적이 계속 올라가거나 적어도 처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또 "디지털 역량 교육에 대해서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인 ‘ICILS(International Computer and Information Literacy Study)’을 보면, 디지털 역량들이 어떻게 수업에 활용되느냐를 연구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컴퓨터 활용 능력은 좋지만 수업 시간에 제대로 활용을 못한다’고 나온다"며 "디지털 기기 공급 만이 아니라 학교에 전문적인 지원과 프로그램 활용을 위한 교육과정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임 후보는 "혁신학교는 시험과 숙제, 훈육이 없다"며 "결국 사교육을 통해 부족한 학력을 보충한다는 의미로, 이 때문에 학력이 올라간 경우는 있을 것"이라며 "종단연구는 기본이 잘못됐다. 최소한 9년은 한 사람의 샘플을 가지고 조사해야 하는데, 중간에 과반수 정도가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대립했다.
수원을 비롯한 도내 12개 지역에서 시행 중인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임 후보는 "지금 학생들의 성향은 과거 대량 교육 시대와 완전히 달라졌다"며 "교육여건 역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진 만큼, 학생들이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흥민 선수와 BTS를 보면 어느 한쪽으로의 능력이 뛰어나다"며 "국영수 시험 치는 것만 떠올리며 서열화라고 규정하는 것은 미래형 시대정신을 담지 못한 과거식 잣대"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성 후보는 "고교평준화를 서열화라고 얘기하는 건 잘못됐다"며 "고교평준화는 1974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시작된 제도로, 당시 진학 열풍이 과하게 높아지자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배정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성 후보는 "하향평준화 됐다는 일부 지적이 있는데 1997년 전국 고등학생 30만 명의 성적을 3년 동안 추적해보니 평준화 지역의 점수가 비평준화 지역보다 10점 정도 높게 나왔다"며 "이런 연구를 토대로 2002년에 경기도 1기 신도시 지역에서 평준화가 시행됐고 이제 학계에서 평준화로 인한 성적 하향 주장은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흥민과 BTS는 지금의 학교 프로그램의 다양화로 진로와 적성을 찾아간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교 프로그램 다양화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고교 평준화 제도는 계속 확대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임 후보는 "지금 시행되는 민주시민교육과 평화통일교육 및 노동인권교육은 사실 전교조 또는 민주화과정에서 특정한 운동권 세력이 강조해온 이념을 포장해서 교육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학생들이 보다 자율적·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갖도록 교육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이 경기교육을 바꾸는 길"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성 후보는 "공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과 평화통일교육 및 노동인권교육을 삭제하겠다는 것은 공교육의 기본정신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교육을 80년대 삼청교육대 시절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냐"라고 받아쳤다.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도 저마다 자신이 경기도교육감으로서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임 후보는 "경기교육은 지난 10년간 많이 후퇴했다"며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교육 행정으로는 문제를 고칠 수 없다. 그동안 국정 중심에서 여러 국정과제를 해결한 저 임태희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성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특목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정권 바뀌니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성공한 과거라면 환영이지만, 이는 고교 교육이 황폐화했던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프로젝트 300’ 시대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경기교육은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역량들을 쌓아야 할 대전환의 시기로, 과거로 회귀하거나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된다.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교육을 줄여나가는 교육을 교육전문가인 제가 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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