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난민'에..송파 강서 광진 빌라까지 동났다
임대차법 2년 전세대란 현실로
◆ 임대차 3법 후폭풍 ◆
오는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아파트 시장에서 전월세 주택을 구하지 못한 서울지역 실수요 임차인들이 빌라(연립·다세대)로 밀려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지역 빌라 전월세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민 임차인을 위한다는 취지로 생긴 임대차법이 오히려 전세 대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총 3만1676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9% 상승한 수치인 동시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등하자 좀 더 싼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 임차인들이 빌라로 몰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들이 전세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빌라시장에서도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가격이 상승하면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세입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지역 빌라 평균 전세가격은 2억3645만원으로 지난해 4월(2억2191만원) 대비 6.5%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1004만원에서 6억7570만원으로 10.7% 올라 빌라 전세금 상승폭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전세금 급등과 함께 전세 계약 만기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전세 물량 또한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 앞두고
전세대란 부메랑
서울아파트 전셋값 오름세에
빌라로 전월세 수요 옮겨가
1년새 빌라 전셋값 6.5% 올라
서울 올 공급물량 대폭 줄어
하반기 전세난 더 심화될듯
전문가 "전세대출 규제 풀고
착한 임대인 稅혜택 부활을"
8월 임대차3법 시행 2년이 다가오며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줄고 있고, 전월세가격은 올라가는 '전세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서울 지역 세입자들이 아파트 대신에 상대적으로 계약 가격이 저렴한 인근 지역 빌라(연립·다세대)로 밀려나거나 아예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동요는 매매시장까지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전세 대책을 시급히 세워 시장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B공인중개사 대표는 "전셋값이 급등한 탓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갱신기간이 되면 대부분 계약 갱신을 하고, 전세 수요는 꾸준한 상황이라 갈수록 매물 찾기가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전셋값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6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7% 올랐다. 3월 14일(0.01%) 이후 10주 연속 상승이며, 상승폭 또한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최근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 쫓겨나 빌라 매매나 전월세를 알아보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아파트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인근 서대문구 주변 빌라를 알아보고 있다"며 "신축은 별로 없고 오래된 빌라가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난의 주요 원인으로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과 함께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3법을 꼽는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 빌라 전월세 거래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도래하는 8월 집주인들이 4년치 전셋값을 한 번에 반영하거나 월세로 전환해 전세가격이 오르면, 결국 비교적 저렴한 빌라로 임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0년 4만9478가구를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2만520가구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3법 시행으로 임대인들이 한 번 전세를 주면 4년 동안 5%밖에 전세금을 올릴 수 없다는 생각에 새롭게 임차인을 맞을 때마다 전셋값을 크게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 전용면적 79㎡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의 경우 3억5000만원 전후에 전셋값이 형성됐지만 새롭게 전세를 맺는 경우에는 전셋값이 1억원 정도 비싼 4억5000만원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가난한 임차인들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전세시장이 불안하면 매매로 수요가 옮겨가 매매가격 상승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 공급 확대가 우선돼야 하지만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금융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자금 대출 규제 완화, 금리 혜택, 월세입자들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대표는 "임대사업자에게 부여했던 세제 혜택을 부활해 이들이 많은 매물을 시장에 내놓도록 하든지, 전셋값을 낮게 올리는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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