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햄릿' 배우들 다시 뭉쳤다..배역만 달라졌을뿐
유인촌·박정자·손숙 등
평생 주인공만 한 원로배우들
이번에는 조연·단역으로
50년 차 후배들과 한 무대에
"고기 사주며 응원할 것"
7월 13일부터 한 달 동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이번 연극 무대에는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햄릿'으로 객석 점유율 100% 기록을 세웠던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등 평균 나이 75세의 노배우들이 그대로 참여한다. 다만 이들은 조연과 단역으로 물러나고 햄릿과 오필리어 등 주요 배역은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등 30·40대 후배들이 맡았다.
이들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자청한 길해연 표현을 빌리면 '앞줄 선배님들과 최고 25년, 뒤에 앉은 후배들과도 25년 차이'이니 50년의 간극을 넘어 함께하는 연극이 이뤄지는 셈이다.
선배들은 오히려 조연이 더욱 즐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6년 전 66세 나이로 자신의 여섯 번째 햄릿 역할을 맡았다가 이번에는 햄릿의 삼촌이자 복수 대상인 클로디어스를 맡은 유인촌은 25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번에는 복수를 하는 게 아니라 당하는 입장이니 가능하면 끝까지 잘 버티는 나쁜 놈이 되어보겠다"며 "후배들이 부담 갖지 않고 맘껏 상상력을 펼쳐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정자 역시 "연극배우에게 배역은 중요하지 않다"며 "조명 밖에 비켜서 있는 조역 배우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배우의 숙명이고, 팔십이 넘다 보니 대사가 적은 배역이 좋다. 햄릿을 맡은 강필석에게 고기를 많이 사주며 응원하겠다"는 말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6년 전 암 투병으로 하차했던 원로배우 권성덕은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 "백 살 먹은 햄릿에도 도전해봐야겠다"는 말로 좌중을 웃게 했다.
그럼에도 후배들은 '영광'이란 말을 빼놓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봤던 전설 같은 선배들과 함께 서는 기회가 그만큼 행복하다는 것이다. 레어티즈 역을 맡은 박건형은 "6년 전 관객으로서 직접 '햄릿'을 보며 작은 소품으로라도 출연하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큰 역할을 맡아 기쁘다. 7월 태풍처럼 찾아가겠다"고 감격했다.
햄릿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강필석은 국립극단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과 여러 뮤지컬 출연을 통해 손진책 연출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연습실에서 정신이 우주로 가 있다"고 웃으며 "박정자 선생님이 첫 대사를 하시는데 감히 대사를 섞기도 민망했지만 이번에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나이 차는 있어도 무대를 향한 열정과 애정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지난번에는 나이도 관계없이 돌아가면서 했다면 이번에는 틀을 갖추고 배역에 맞게 캐스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00년 넘는 시간 동안 햄릿에 관한 해석이 많이 나왔다"며 "맥베스가 불멸이라면 햄릿의 기본 이미지는 죽음이다. 모두에게 찾아가는 죽음인 만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바라보기 위한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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