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연장전' 경기도.."이재명 정책 계승해야" VS "새 정부 힘 실어줘야"[격전지 르포]
“그냥 민주당이요. 그 분이 경제부총리를 했다면서요? 그래서 하는 거예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니까, 즈그들이 하는 게 다 법이야. 그래서 내가 바꿔주겠다 이 말이야.”
인구 1300만여명의 최대 광역자치단체, 경기도는 6·1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경기지사 선거는 ‘명심’과 ‘윤심’의 재대결장이 됐다. 직전 경기지사가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고, 대선 때도 이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앞선 지역이지만 현재 경기도 민심은 민주당에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23~24일 경기 김포·고양·의정부·성남·용인·수원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팽팽하게 갈렸다. 인터뷰에 응한 16명 중 7명이 김동연 후보를, 6명이 김은혜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3명은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벌이는 최근 여론조사 판세가 실제 현장 민심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인물론 VS 정권교체
24일 오후 성남 모란민속5일장 입구 사거리는 장날을 맞아 오가는 시민들과 김동연 후보 선거운동원들로 분주했다. 김동연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저와 배국환 성남시장 후보는 30년 넘게 함께 대한민국 경제를 운영하는, 대한민국 나라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일해본 일꾼들”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배 후보는 “김동연·배국환·김병관(성남 분당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은 경제 3인방”이라고 외쳤다.
5일장에서 만난 한은미씨(46)는 주저없이 “김동연 후보를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씨는 새로운물결과 민주당이 합당할 때부터 김 후보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력도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씨는 “경제부총리까지 하면서 예산 관리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분이니까 이재명 전 지사의 기본시리즈를 더 발전시켜주지 않을까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씨처럼 김동연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7명은 모두 경제 전문가인 점을 높이 산다고 답했다. 줄곧 민주당을 지지했고 지난 대선 때도 이 위원장을 뽑았다. 성남 서현역 앞 광장에서 만난 김상철씨(52)는 “경제 살림을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 덕양구 원당시장 앞에서 만난 선미영씨(56)도 “경제부총리를 했다고 해서 찍으려고 한다”며 “대선 때 이재명 후보와 토론할 때도 잘하시더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정책인 기본시리즈가 계승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용인 기흥구에 사는 홍모씨(34)는 김은혜 후보의 청년기본소득 재검토 공약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홍씨는 “주변에 받은 사람들을 보면 괜찮은 제도 같다. 폐지하면 혼란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은미씨도 “내가 낸 세금으로 정당하게 받았던 걸 빼앗기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한씨는 “기본시리즈, 경기도 청소년 버스비 지원 등으로 아이 세 명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아이들 입학 시즌에는 교복비 등을 안 내도 돼 약 40만~50만원 혜택을 봤다. 큰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는 한 달에 15만~20만원 정도는 절약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혜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후보 개인보다 국민의힘을 보고 찍겠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정권교체론이 대선 때부터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줄곧 지지한 건 아니라면서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비토를 강하게 표출했다. 집값 폭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등을 지적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밀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포 사우동에서 만난 안재수씨(67)는 “국민들이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밀어줬으면 잘못된 걸 고쳐야 하는데 반대로 자기네 힘만 믿고 마음대로 했다. 민주당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검수완박’에 대해 “취지는 좋으나 결과적으로는 본인들 방어수사에 비중을 두고 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원 장안구에 사는 조모씨(34)도 “후보 두 명 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국민의힘을 찍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무당층이었지만 지난 대선 때부터 국민의힘을 지지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생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는데 ‘지표로는 최고의 대통령이었다’고 말해 화가 났다”며 “대통령이 바뀌었으면 최소한 힘은 실어줘야 하니까 당 몰아주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용인시 죽전역 앞에서 만난 김태종씨(21)도 “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정권교체 됐으니 희망적으로 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지지 후보별로 이 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보선 출마에 대한 평가도 나뉘었다. 김동연 후보를 지지하는 김상철씨는 “당이 어려우니까 인천으로 가서 인천시장도 당선되게 하고 본인도 당선되고 당대표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 모란민속5일장에서 만난 유모씨(35)도 “이 전 지사처럼 유능한 인물이 (국회에) 들어가야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포 사우동에서 만난 70대 중반 성모씨는 “‘성남시장을 했으면 계양은 왜 가나. 성남에 나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초격전지라 해도 전반적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곳곳에서 도의원·시의원 후보 등이 유세차를 타고 선거운동을 했지만 호응하는 시민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시민들은 “지지하는 정당도 없고, 후보도 정하지 않았다”며 답변을 피했다.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시민들도 나왔다. 고양 원당시장 상인 A씨(63)는 “대선 때는 이씨 아저씨(이재명 후보)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정치권이 싸움박질만 해서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썩 없다”고 말했다. 수원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B씨도 “지난 대선 때도 그렇고 뽑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를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교통난 우선 해결해야”
시민들은 차기 경기지사가 해결할 과제로 교통난 해소를 가장 많이 꼽았다. 교통 공약은 김동연·김은혜 후보가 앞다퉈 발표한 공약이다.
김포 장기동에서 만난 백모씨(56)는 김포 골드라인 경전철이 두 량밖에 안 돼 불편하다고 했다. 백씨는 두 후보가 모두 공약한 일산대교 무료화에 대해 찬성했다. 안양에 사는 한씨는 “경기도 내 일자리가 동네마다 많은 게 아니라서 타 지역으로 많이 이동해야 한다”며 “GTX를 조기 착공해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집값·물가 안정 등 경제 회복도 염원했다. 성남 판교동에서 만난 양모씨(42)는 서울에 살다가 오르는 집값을 견디지 못하고 경기 광주로 밀려났다. 양씨는 “2~3년 사이에 광주도 서울만큼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청약을 받아 곧 실거주자가 되는데 세금 문제가 걱정된다. 실거주자에게 무조건 세금을 걷기보다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지역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성남 모란민속5일장에서 만난 유씨는 “성남, 용인 등에 편중돼 있는 발전이 경기 북부에도 퍼졌으면 좋겠다”며 “김동연 후보가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를 공약했는데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양 덕양구에 사는 지모씨(30)는 “경기 북부가 남부에 비해 교통, 주거 등에서 낙후돼 있으니 불필요한 규제를 해제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씨는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선 “재정자립도가 낮아 독이 될 수도 있다”며 반대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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