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빼면 공기업 법인세 1兆 안돼.."경영 곪는데도 구조조정 무풍지대"
◆되레 법인세 줄어든 공공기관
탈원전·최저임금發 수익성 쇼크
실적 악화에도 임직원은 10만명↑
서부발전 등 법인세 0원도 수두룩
文정부 '택지개발·공공분양' 영향
부동산 실패가 'LH 호황' 만들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몸집은 끊임없이 비대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이미 가장 많았던 공공기관은 5년새 18개가 더 늘어 350개로 증가했고 인력 정원도 11만5091명(35%)이나 더 불었다.
몸집이 커진 것과 반대로 체력은 더 부실해졌다. 지난해 공공 기관 350곳의 부채 규모는 총 583조원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90조 원이나 더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5년만에 확 줄어든 법인세 납부 실적은 곪아버린 공기업의 내부 경영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법인세 납부액이 줄어들 정도로 기업 실적이 나빠졌는데도 제대로된 구조조정이나 업무 혁신이 단행되지 않았다는 증거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기업이라면 실적이 1분기만 역주행해도 당장 경영진단을 벌이고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공기업 부실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기에 더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기업 부실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것도 문제다. 민간 기업들이 코로나19 등 위기에도 혁신을 통해 정책 리스크를 극복한 반면 공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부터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가 자리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최저임금 인상 등 이념성 짙은 정책의 실험 무대로 전락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30조 원에 이르는 최악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는 한국전력이다. 한전이 지난해 작성한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구입 비용으로만 22조 원을 써야한다. 탈(脫) 원전 기조에 발맞춰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급격하게 늘리다보니 회사 재무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이념적 정책에 따라 꼭 필요한 투자와 지출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한전은 해외 자회사까지 매각해야 하는 벼랑끝에 몰리게 됐다.
한전과 반대로 엉뚱한 ‘대박’을 낸 공기업도 있다. 지난해 1조7045억 원에 이르는 법인세를 납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런 사례다. LH의 법인세 납부 실적은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급등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추진한 각종 택지 개발 사업과 공공분양 수익성 확대 등으로 LH의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부동산 정책에 동원되는 공기업의 법인세 증가로 연결되는 아이러니가 빚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LH는 지난해 공기업 납부 법인세(2조4000억 원)의 약 70%를 책임졌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기관의 성격을 고려하면 평가에 무조건 수익성을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지만 지난 정부에서 방만 경영이 노골화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부실 경영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평가에서 수익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만을 공기업 부실의 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하는 사이 공기업 내부에서도 방만경영이 독버섯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동안 공공기관 348곳의 임직원 수(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는 지난해 44만 3570명으로 2017년(34만 5923명) 대비 10만 명 가까이 늘었다. 2018년 공공기관이 기획재정부를 거치지 않고 주무 부처와의 협의만으로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한 자율정원조정제도를 도입하면서 2년간 연 4만 명 안팎의 임직원이 증가하기도 했다.
실적이 고꾸라지는데도 임직원 연봉이 도리어 증가한 것도 모럴해저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공공기관 370곳의 직원 평균 연봉은 대기업(6348만 원·2020년 기준)보다 많은 6976만 원을 기록했다.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공공기관 수도 2017년 5곳에서 지난해 20곳으로 늘었다. 급속도로 비대해진 공공기관에 지난해에만 약 31조 원의 인건비가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당연히 공공기관 부채는 늘어 지난해 기준 역대 최대인 583조 원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493조 2000억 원)과 비교하면 90조 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정권이 일자리에서조차 공공을 동원하면서 조직 특성상 비효율이 끼기 쉬운 공기업이 더 망가졌다”며 “공기업 구조 조정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학부 교수는 “(정권에 따라) 공기업의 경영 안정성이 크게 침해받는 게 문제”라며 “경영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새 정부가 성장성·사업성·수익성에 조금 더 초점을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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