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허법원 영역 넓어진다..가처분 2심도 관할 추진
현재 특허 본안 2심만 담당
"중장기로는 저작권도 관할"
법개정 필요, 국회논의 주목
2020년 2월 대법원에서 상표권 침해 손해배상에 관련된 한 판결이 나왔다. 결론은 원심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이송한다는 것. 간단한 내용이지만 이유는 황당했다. 사건이 특허법원에서 다뤄졌어야 했는데 일반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돼 판단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2심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변호사도, 재판 당사자도, 심지어 판사까지 관할을 착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식재산권 관련 사건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25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오는 31일 본회의를 열고 '특허법원 관할집중' 확대를 추진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본회의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지재위 산하에 특별위원회가 꾸려져 관계부처 의견을 취합하고, 어느 범위까지 특허법원 관할로 둬야 할지 등 개정 방안에 대해 연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재위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사건과 관련한 혼란을 줄이고 국민 편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소송 관할이 바뀌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특별위원회 논의를 토대로 개정안이 만들어지고, 국회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행 법원조직법과 민사소송법은 특허와 실용신안권, 상표권 등 관련 사건 가운데 사건의 실체를 다루는 본안소송 2심은 특허법원에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6년부터 '특허법원 관할집중'이 시행된 결과다.
그러나 저작권과 부정경쟁방지법 등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각 지방의 고등법원이나 지방법원 항소부에서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같은 사건을 다루더라도 본안소송 2심은 특허법원에서 진행되는 데 비해 시급한 판단이 필요할 때 우선적으로 진행되는 가처분신청 사건은 항고가 고법이나 지법 항소부에서 진행된다.
한 특허법원 판사는 "특히 지식재산권 관련 항고 사건에 대해서는 특허법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며 "같은 사건이라도 본안소송의 경우에는 특허법원에서 심리하고, 가처분 항고 사건은 관할 고등법원이나 지방법원 항소부에서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는 저작권이나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사건도 판사들이 장기 근무하고 전문성도 갖고 있는 특허법원에서 다루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선 변호사도 지식재산권 소송 관련 관할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는 "저작권 사건의 경우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지식재산권 전담 재판부가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전담 재판부가 사건을 진행하는데 전문 법원인 특허법원에서 맡지 못한다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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