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한마디로 사랑 얘기"(종합) [Oh! 칸인터뷰]
[OSEN=칸(프랑스), 김보라 기자]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2016) 이후 6년 만에 새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수사와 멜로 장르가 만난 이 작품은 절제된 표면이 내면에 흐르는 관능과 위험의 소용돌이를 드러낸다. 영화 초반부터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시선을 붙잡으며 아름답고 슬프다는 느낌을 안긴다. 수사 멜로를 표방했지만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내세운 네오누아르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은 24일 오후(현지 시간) 칸 르 마제스틱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시작할 땐 전작들과 달라야 한다는 의식을 물론 한다. 초반엔 그렇게 출발을 해서 스토리가 잡기 시작하면 나중에 각본을 쓰는 초기 단계쯤 그 스토리에 어울리도록 흘러가게 한다. 정서경 작가와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며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다. 제 일상이나 삶을 작품에 반영하는 스타일을 아니다”라고 연출방향을 밝혔다.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배급 CJ ENM, 제작 모호필름)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3일 오후 6시(현지 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처음 공개돼 7~8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상영 내내 크게 웃거나 환호하는 반응은 크지 않았는데 이에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조금 더 웃어줬으면 좋았지 않았나 싶었다”면서 “영화가 끝나고 나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웃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고 전 세계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느낀 생각을 전했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각각 성실하지만 독특한 수사방식을 가진 형사 해준 역을, 탕웨이가 사망한 중년의 남편을 둔 중국 출신 간병인 서래 역을 맡았다.
박 감독은 “정서경 작가와 한 줄 한 줄 각본을 썼다. 일단 서래가 그런 식으로 대사하는 걸 먼저 정했다. 저는 박해일을 아니까 실제의 그의 말투에서 대사의 영향을 받았다. 박해일 말투가 좀 독특하다.(웃음) 자신만이 쓰는 나름의 표현이 있다. 문어체 같은 면도 있다. 그것을 나도 모르게 시나리오에 써먹은 거 같다. 현대인치고는 품위가 있다”며 “해준과 서래가 현재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치고 이질적인 면이 있는 사람인 데다 사고방식이 고지식한 면이 있다. 그런 면에서 둘이 같은 종족이라는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2004)을, ‘박쥐’로 심사위원상(2009)을 받았다. 2016년 열린 69회 칸영화제에서는 ‘아가씨’(2016)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이번이 네 번째 경쟁 부문 진출인 셈이다.
이날 ‘감독님의 전작들과 비교해 거리가 좀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말에 “물론 영화를 시작할 땐 그렇게 의식을 했다. 이전 영화들과 달라야겠다는. 그렇게 출발을 해서 스토리가 잡기 시작하면 나중에 각본을 쓰는 초기 단계쯤 오면, 이미 그것엔 익숙해져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예전부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현을 자주 써왔고 그게 목표라는 말도 해왔다. 아주 자극하는 영화다. 감각의 자극을 통해서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하겠다고 해왔다. 이번 영화는 감각적인 면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대놓고 들이대기보다 관객 스스로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들이대면 물러나고 싶은데 조금 보여주면 다가오지 않나. 처음에 답답하겠지만 적응이 된다”고 말했다.
정사신이 전작들과 비교해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해준이 서래를 보살펴 주는 느낌으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행동이나 말투가) 상징적인 관계는 아니다. 되게 센슈얼하다. ‘에로틱하기까지 하다’고 보아주신다면 환영”이라며 “성행위, 성적쾌감이라고 하는 것이 글자 그대로 성감대를 자극해서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배려에서 올 수도 있는 거다. 대화 장면, 신체 접촉 없이 말하는 부분에서도. 무언가 도발하는 눈빛, 자극하는 한마디로 ‘심쿵’ 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것들로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애정신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오전 박찬욱 감독은 외신 기자들로부터 전작들에 비해 남녀 캐릭터들의 정사신이 크게 줄어들었거나, 스킨십 장면도 수위가 낮아진 것 같는 질문을 몇 차례 받았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이번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안 넣은 거다. 이번엔 어른을 위한 영화를 다루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엄청난 정사신이 나오냐?’고 하시더라.(웃음). 엄청난 반전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하셨다”고 답했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은 결국 사랑을 얘기하는 멜로영화라고 강조했다. “‘헤어질 결심’은 한마디로 사랑 얘기다. 이런 남자, 저런 여자가 만나서 좋아했는데 안타깝게 헤어졌다는 얘기”라며 “이 여자는 욕망을 강하게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고 저 남자는 실행할 욕망이 없는 남자”라고 여운이 남게 설명해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예비 관객들의 관람 욕구를 자극했다. 국내 극장 개봉은 내달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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