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어디가고..정권 입맛따라 낙하산 CEO 판쳐
실력파 외국인 영입도 전무
능력주의 해외연기금과 대조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 이후
운용인력 도미노 이탈 후유증
◆ 위기의 국민연금 ◆
역대 17명의 국민연금 이사장 중 임기 3년을 채운 이는 단 3명에 불과하다. 자산 9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의 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역시 1999년 설립 이후 재임했던 8명 중 현재까지 2명만이 연임에 성공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으로선 지배구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이지만 정치적 외풍이 점점 거세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국부펀드, 연기금은 명망 있는 투자전문가나 오랫동안 경륜을 쌓은 내부 승진자가 최고직위를 맡는다. 이와 달리 지난 문재인정부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CEO)에 선거에서 낙선한 정치인을 두 명 연속 임명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여기에 CIO는 외부 인사가 맡는 게 관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내부에서 투자 부문을 책임지는 고위직에서 CIO로 승진한 사례가 전무하다. 현재 안효준 본부장 역시 2013년 주식운용실장을 끝으로 5년간 민간 기업에서 근무하다 2018년 CIO로 선임됐다. 반면 상당수 주요 국부펀드·연기금에서는 능력이 검증된 인사의 내부 승진이 일반적이다. 1988년 설립돼 국민연금보다 10년가량 뒤늦게 들어선 캐나다국민연금(CPP)의 경우 현재 존 그레이엄 CEO는 2008년 입사 후 CPP 내 주요 투자 부문의 대표를 역임하고, 13년이 지난 2021년에 CEO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 역시 1993년 입사한 림 초 키아트 CEO는 주요 투자 부문을 거친 후 CIO를 역임했고 2017년 대표가 됐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의 주요 운용역 입장에서 내부 승진이 어렵다는 자신의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 국민연금에 남아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외국인에게 열려 있지 않은 폐쇄적인 인사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장급 이상 고위직에 외국인이나 외국계 인사가 오른 사례가 전무하다. 국민연금 출신인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팀장급 이하 직원 중에는 외국인이 있기도 하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외국인은커녕 한국계 외국인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전 세계 주요 국부펀드·연기금에서는 외국인이 고위직으로 진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CPP다. 한국인 김수이 글로벌 사모주식부문 대표는 2007년 입사한 후 아시아 사모주식부문 대표를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GIC에서 10년간 근무하다 삼성자산운용 CIO로 영입됐던 한국계 김준성 씨는 GIC로 돌아가 2020년까지 고위직으로 근무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철저하게 능력을 위주로 한 GIC의 인사 방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세계 톱3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에서 일하고 싶어하지만 과연 그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합당한 급여를 제공하고, 세금 등 여건이 갖춰졌는지는 별개"라고 꼬집었다.
2016년 전주 이전과 함께 운용 인력의 도미노 이탈이 이어진 것도 전형적인 정치 논리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일환으로 2016년 말 전북 전주로 이전했다. 전 세계 주요 국부펀드·연기금 중 해당 국가의 수도가 아닌 곳에 있는 거의 유일한 경우다.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관투자자로 꼽히는 GIC의 경우 싱가포르의 금융 중심지인 로빈슨로드의 랜드마크 캐피탈 타워를 소유하고 있다. 전직 연기금 관계자는 "캐피탈타워의 최고층을 GIC가 사용하고, 아래 층에는 전세계 주요 금융회사가 상당수 입주해있다"며 "전세계에서 모여든 투자 관련 인사로 북적이며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압도 당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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