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타이·단화도 입장 허용..깐깐함 덜해진 칸영화제 복장규정

오보람 2022. 5. 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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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한창인 24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 앞.

이들이 평상시 거의 입을 일 없는 이런 복장을 한 이유는 칸영화제 특유의 깐깐한 규정 때문이다.

경쟁 부문 진출작 등 굵직한 영화 시사회가 열리는 뤼미에르 극장에 들어가려면 남자 관객은 턱시도와 검은색 보타이, 끈으로 묶는 구두를 신어야 한다.

칸영화제는 그간 엄격한 복장 규정, 레드 카펫에서 '셀카' 금지 등 깐깐한 규칙을 내세워 볼멘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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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극장 '남자 턱시도에 보타이, 여자는 하이힐' 관행
올해는 청바지에 모자 쓴 사람도.."관객 문턱 낮춘 듯"
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뤼미에르 극장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칸[프랑스]=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한창인 24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 앞.

높은 습도에 햇볕까지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에도 남자 관객들은 검은색 수트에 보타이를 한 채 줄지어 서 있었다. 여자들은 높은 구두에 드레스 차림이었다.

배우나 영화계 관계자가 아닌가 싶지만, 루이 가렐 감독의 영화 '리노상'(L'INNOCENT)을 보기 위해 모인 일반 관객들이다.

이들이 평상시 거의 입을 일 없는 이런 복장을 한 이유는 칸영화제 특유의 깐깐한 규정 때문이다.

경쟁 부문 진출작 등 굵직한 영화 시사회가 열리는 뤼미에르 극장에 들어가려면 남자 관객은 턱시도와 검은색 보타이, 끈으로 묶는 구두를 신어야 한다.

여자의 경우 남자보다는 까다롭지는 않다. 그러나 칸영화제 측은 "짧은 치마는 추천하지 않으며 구두 굽은 센스 있게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방은 클러치백 같은 작은 손가방만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티켓을 소지한 관객들뿐만 아니라 취재를 하러 온 기자들도 입장할 수 없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 [AFP=연합뉴스]

그러나 올해는 칸영화제가 '복장 단속'을 다소 느슨하게 해 콧대를 낮추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로 이날 남자 관객 가운데는 백팩을 메거나 가죽 단화인 로퍼, 천 소재의 구두를 신은 사람도 있었으나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이힐 대신 캐주얼한 느낌의 굽 있는 샌들을 신은 여자들도 보였다.

앞서 20일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최초 상영했을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취재진 중 보타이를 깜빡한 한 남자 기자는 "보타이를 매야 하는지 몰라서 일단 줄 서 기다렸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들여보내 주더라"고 말했다. 노트북이 담긴 가방을 멘 한 기자도 무리 없이 통과했다고 한다.

현지 일반 관객들도 샌들, 백팩은 물론이고 모자와 청바지를 입은 채로 뤼미에르 극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번 칸영화제가 드레스 코드에서 힘을 뺀 것 같다"는 글과 경험담이 올라왔다.

물론 대다수는 드레스 코드를 지키는 하지만 그동안 칼같이 복장 단속을 하던 칸영화제의 모습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칸영화제는 그간 엄격한 복장 규정, 레드 카펫에서 '셀카' 금지 등 깐깐한 규칙을 내세워 볼멘소리가 나왔다.

특히 몇 해 전에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줄리아 로버츠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하이힐을 신도록 한 데 대한 항의 뜻으로 레드카펫을 맨발로 걷기도 했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뤼미에르 극장 [촬영 오보람]

현지에서 만난 관객들은 대부분 칸의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칸만의 문화가 사라지는 게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독일에서 온 한 20대 여성 영화학도는 "나에게 칸은 도도하고(arrogant)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다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이번에는 관객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문턱을 낮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인 마논(28)씨 역시 "좋은 변화"라며 "관객들에게 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루카 마틴(31)씨는 "턱시도 입고 레드카펫을 밟는 것은 칸영화제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라며 "드레스 코드가 없어지더라도 턱시도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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