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 털린 새마을금고..고개 숙인 은행들

이정필 2022. 5. 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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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회삿돈 11억 횡령 발생, 직원 자수 전까지 사측은 몰라
2금융권으로 금융당국 아닌 행안부 관리, 시중은행보다 감시 더 허술해
금융사들 대규모 횡령 되풀이, 유명무실한 상임감사·내부통제위 드러나
은행권도 자성 목소리 "전담부서 설치해 전문가 배치하고 중복확인 시스템 가야"

MG새마을금고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이어 새마을금고에서도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고객들이 믿고 맡길 안전한 곳이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전 은행권이 사각지대에 놓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란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26일 금융업계와 사정기관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새마을금고 50대 직원 A씨를 횡령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A씨는 서울 송파구의 새마을금고 본점에서 30년 넘게 일하면서 고객들의 예금, 보험 상품 가입비 등 회사돈 11억여원을 몰래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기존 고객의 상품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 가입한 고객의 예치금으로 이를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새마을금고 측에서 추산한 A씨의 횡령 액수는 11억여원이지만, 경찰은 실제 피해액이 이보다 2~3배가량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A씨가 10년 넘게 범행을 지속하는 동안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A씨는 최근 우리은행 670억원 횡령 사태 등 금융사 직원들의 검거 사례가 이어지자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A씨는 자수 당시 공범으로 자신의 상급자 B씨를 언급해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A씨와 B씨 2명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자체적인 사실 관계 파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객들의 피해가 없도록 우선적인 조치에 들어갔다"면서 "이런 사태를 대비해 준비해놓은 자금으로 고객 피해액을 보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감독기관으로서 이런 일이 발생해 송구하다"며 "A씨와 B씨에 대한 징계 절차는 경찰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논의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제2금융권으로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 행정안전부 관리기관이고, 감독을 맡은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연간 내부감사를 진행하는 게 전부라 시중은행 대비 감시가 더 허술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실제 A씨는 이처럼 허술한 새마을금고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악용해 범행을 이어왔지만, 최근 우리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사 횡령 사건이 부각되면서 압박을 받아 자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에 이어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에서도 횡령 사태가 발생하면서 고객들 사이에서는 믿을만한 금융사가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수수방관하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근원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개편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 같은 사건이 지속될 것이란 비판이 내부에서부터 나온다.

우리은행에서 40년 넘게 근무하고 최근 정년퇴직한 박남수 전 부장은 "은행들의 내부통제를 책임지는 상임감사는 금융감독원이나 감사원 등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라며 "전관예우로 들어와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질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부장은 "이사회 내의 감사위원회나 내부통제위원회도 유명무실하긴 마찬가지"라면서 "여기에 투입되는 인원들은 주업무를 하면서 겸임하는 구조이다 보니, 올라온 보고서에 싸인만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은행 내 감독과 내부통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성이 있는 내부인사를 투입해 크로스체크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며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벌어졌지만 이후로도 달라진 건 없다. 금융당국과 전 은행권이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 사각지대에서 횡령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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