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 지긋지긋, 언제까지 미국만 이럴건가" 격분한 바이든

한·일 순방에서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총기 로비' 저격

"저는 지금 막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총기난사 사건은 세계 다른 나라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왜 우리 미국인들만 이 대학살과 함께 살려고 하는 겁니까?"

24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명이 사망한(총격범 제외) 텍사스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격분했다. 뉴욕주 버펄로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18세 남성의 총격으로 10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 바이든 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거듭 개탄했다.

그는 백악관 성명을 내고 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며 총기 산업과 로비, 그리고 규제를 막는 보수 진영을 맹비난하고 총기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름답고 순수한 2학년, 3학년, 4학년 초등학교 학생들. 그리고 친구들이 마치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죽는 것을 본 수십명의 어린이들이 남은 그들의 생일 이 기억과 함께 살아갈 것"이라며 "다시는 자신의 자녀들을 볼 수 없는 부모들, 다시는 아이들을 안을 수 없는 부모들, 다시는 이전과 같을 수 없는 부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은 영혼의 한 조각이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기사건과는 관계가 없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아픈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그는 희생된 아이들과 가족들에 애도의 뜻을 전한 뒤 단호하게 질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로서, 우리는 질문해야만 한다. 대체 언제 총기 로비에 맞설 것인가"라며 "지난 10년 동안 학교에서 발생한 총기사건만 900여건이 넘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는 정말 지긋지긋하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이러한 대학살에 손쓸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20년간 총기 제조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엄청난 이익을 창출해 왔다"며 "우리는 이 업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민주당은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반면 공화당은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총기법을 개정해 총기 구매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지만 총기 관련 단체들의 로비에 가로막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도 정신 건강 문제는 있고, 논쟁거리들이 있지만 이런 종류의 대규모 총격 사건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 나라가 행동해야 할 때라는 것을 모든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식적인 총기(규제)법을 방해하고, 지연시키거나 막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잊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알려줘야 하는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총기난사 사건으로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 의회 중간선거에서 총기 규제에 소극적인 공화당에 투표로 심판할 것을 강조하는 말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미국 텍사스주 유벨디 지역의 롭 초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학생 19명, 교사 2명 등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과 일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소식을 전해들은 바이든 대통령은 개탄하며 백악관 성조기를 조기로 걸게 하고 성명문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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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jy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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