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쾅' 치고 나간 윤호중..박지현 "이럴 거면 왜 앉혀놨나"
선거대책위 회의서 지도부 내홍 표출
윤 위원장 "지도부 자격 없다"며 퇴장
박 위원장도 반박한 뒤 회의장 나가
내부 갈등, 당 전반으로 확대 모양새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투톱’이 불협화음을 내면서 당이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거듭 ‘586 용퇴’를 포함한 쇄신과 대국민 사과를 주장하자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등 나머지 지도부가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하면서 지도부 내 감정싸움이 여과없이 노출됐다. 박 위원장이 쏘아올린 쇄신론을 두고 ‘시기와 방법이 틀렸다’는 의견과 ‘지금이 아니면 언제냐’는 의견이 맞서며 갈등이 당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두 비대위원장의 갈등은 25일 오전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장에서 터져나왔다. 선대위는 이날 전해철·한정애·권칠승 등 문재인 정부 시기 장관을 지낸 의원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지방선거 승리를 결의할 참이었다. 그러나 파란 점퍼를 맞춰입은 비대위원들의 얼굴엔 싸늘한 긴장이 맴돌았다. 하루 앞서 24일 박 위원장이 갑작스레 단독 기자회견을 열고 ‘586세대 용퇴와 팬덤정치 청산을 포함한 쇄신안을 이번 주중 내놓겠다’고 밝히자 윤 위원장은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박 위원장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선에서도 졌는데도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된다”며 거듭 쇄신을 주장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에 윤 위원장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그 뒤 회의장에선 고성이 새어나왔다. 윤 위원장은 “앞으로 비대위 공개회의를 안하겠다. 지도부로서 자격이 없다”며 책상을 쾅 내리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에 박 위원장이 “(지난 23일) 봉하에 다녀와서 느낀 게 없나. 노무현 정신은 어디 갔냐”고 응수하자 박홍근 원내대표도 “여기가 개인 자격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냐”며 회의장을 떠났다고 한다. 박 위원장 또한 박 원내대표를 향해 “그럼 저를 왜 여기다 앉혀놨냐”고 반박한 뒤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지도부가 비공개 회의에선 별소리를 다 하며 싸우더라도 회의장에서 나갈 때는 웃으며 메시지를 하나로 내는 것 아니냐”며 “지금 (선거) 전쟁 중인데 그런 모습들을 보니 한숨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쇄신론을 두고 지도부가 강대강으로 맞붙은 것은 박 위원장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586 용퇴’, ‘팬덤정치 청산’ 등 예민한 이슈를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세대교체론을 주장했는데, 회의에 참석한 지도부의 다수가 86그룹 당사자들이다. 86그룹 2선 후퇴론은 민주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지만 번번이 가로막혔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박 위원장의 방향은 맞지만 지금도 다수의 86세대 정치인들이 비대위에서 공천받고 선거에서 뛰는 중인데 86 용퇴를 말하는 건 모순적이라 시기상 공감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팬덤정치를 두고도 시각이 엇갈린다. 박 위원장은 “잘못된 내로남불을 강성 팬덤이 감쌌고, 이 때문에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며 “팬덤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는 정치는 죽은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은 회의에서 “일부 팬덤의 잘못된 행태는 극복해야 하나, 권리당원의 권리 증진이라는 내용도 놓치면 안 된다”고 맞섰다.
당원들은 물론 지도부 안팎의 관계자들이 논쟁에 참전하고 있어 갈등은 당 전반에 번지는 양상이다. 지방선거 뒤로 미뤄둔 대선 패배의 후과가 예상보다 일찍 발효된 셈이다. 당내 쇄신파인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지현 위원장의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과가 국민들께는 울림이 있었으리라 본다”며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옆에 함께 서겠다”고 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의 이동윤 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당이 중앙위원회 투표를 통해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인준한 비대위원장의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단지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일 뿐이라고 일축할 수 있느냐”며 “사과할 건 늦지 않게 사과하고, 바로잡을 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이날 당직자들은 지도부 간 갈등을 봉합할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데 분주했지만 이 또한 요원해 보인다. 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느 당의 대표가 자신의 기자회견문을 당내 합의를 거쳐 작성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시금 불쾌감을 드러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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