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조 돈으로 민주당 당비 냈다.. 기업銀 노조위원장 검찰 송치

노조 자금 횡령 의혹도

민주당 권리당원인 일부 노동조합원들의 당비를 노조 돈으로 대신 납부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IBK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남대문 경찰서 건물./2022.04.25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9일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A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민주당 권리당원인 노조원들 중 정책대의원으로 선임된 160여명이 매달 1000원씩 당비를 납부하던 것에서 직책 당비로 매달 5000원씩 납부해야 하자 그 인상분 총 300만여원을 노조 돈으로 대납한 혐의를 받는다. 노조 돈으로 민주당 당비를 낸 것이다. 일부 노조원이 작년 11월 A씨를 이 같은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A씨는 대의원인 노조원들에게 나중에 돈을 돌려주겠다며 같은 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당비 5000원을 내고 대의원 자격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이들의 계좌로 노조 돈 2만원(5000원씩 4개월분)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 대의원은 당대표와 대선 후보 등을 선출하는 당내 경선에서 권리당원보다 표 가치가 더욱 높은데, A씨는 이에 주목해 노조의 영향력을 늘리고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노조와 같은 법인은 정당에 자금을 기부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를 알게 된 A씨는 작년 1월 당비를 대납해준 직원들의 급여에서 2만원을 공제했고, 이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노조 돈으로 3만원 상당의 대가성 기프티콘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 2019년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뒤 노조의 정치력을 키우기 위해 노조원들에게 “정당에 가입하라”고 권유했고, 실제로 노조원들은 민주당에 1700여명이 가입한 것을 비롯해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안팎으로 A씨가 일부 노조원들에게 특정 정치인의 지역구로 주소를 변경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A씨가 노조 돈 일부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일부 노조 계좌를 해지해 현금화했는데, 그 사용처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는 이미 송치를 했고, 조만간 횡령 혐의에 대해 결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A씨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노조 내부에서는 A씨에 대한 불신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