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역으로 물러난 '햄릿' 노배우들 "후배들 마음껏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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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가 2016년 공연 당시 객석점유율 100% 기록을 세웠던 화제의 연극 '햄릿'을 오는 7월 13일부터 한 달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다시 올린다.
"6년 전 햄릿을 맡은 이후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어쩌다 숙부 역을 또 맡았죠. 큰 도전이고 어찌해야 할지 아직 이미지가 안 떠오르지만 새로운 걸 한 번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후배들이 부담 갖지 않고 맘껏 상상력을 펼쳐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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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유인촌, 이번엔 숙부 '클로디어스' 역.."부담갖지 말고 해주길"
권성덕·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 등 원로배우 평균 75세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임지우 기자 = "연습실에서 정신이 아직은 저 우주에 가 있습니다. 박정자 선생님이 첫 대사를 하시는데 심장이 너무 뛰어서 제 대사를 못 하겠더라고요. 한없이 긴장되지만 공부가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무대와 스크린에서 반세기 넘게 관록을 쌓은 '대배우' 선배들을 조역으로 두고 타이틀롤을 맡은 강필석(44)은 긴장과 부담을 이겨내는 게 이번 연극 '햄릿'의 관건이라고 했다.
6년 전 같은 연극에서 66세로 '세계에서 가장 늙은 햄릿'을 열연했던 유인촌은 이번엔 2선으로 물러나 클로디어스 역할을 맡았다.
2016년 국립극장 객석에서 이 연극을 보며 "저 무대 위의 작은 소품으로라도 출연하고 싶다"고 열망했던 강필석은 이번엔 햄릿을 맡아 유인촌이라는 큰 산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맹연습 중이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가 2016년 공연 당시 객석점유율 100% 기록을 세웠던 화제의 연극 '햄릿'을 오는 7월 13일부터 한 달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다시 올린다.
권성덕·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윤석화·손봉숙 등 6년 전 출연했던 원로 배우 9명도 모두 이번 공연에 함께한다. 매일 6~8시간 후배들과 함께 연습 중이라는 이들의 평균 나이는 75세다.
이번에는 주역이 아닌 조연과 앙상블로 무대에 선다.
이들 대신 '햄릿'역의 강필석을 비롯해 '레어티즈' 역 박건형, '호레이쇼' 역 김수현 등 30∼40대의 젊은 후배들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손진책 연출은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강필석은 직접 공연을 같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국립극단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로미오 역과 여러 뮤지컬 출연을 눈여겨봤다. 충분한 가능성이 보여 자신 있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평생 햄릿을 여섯 번이나 연기하면서 다시는 햄릿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가 비정한 숙부 '클로디어스'역을 맡은 유인촌의 심정은 어떨까.
"6년 전 햄릿을 맡은 이후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어쩌다 숙부 역을 또 맡았죠. 큰 도전이고 어찌해야 할지 아직 이미지가 안 떠오르지만 새로운 걸 한 번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후배들이 부담 갖지 않고 맘껏 상상력을 펼쳐주면 좋겠어요."
젊은 후배들을 뒤에서 받치는 조역과 앙상블을 맡은 심정을 묻자 '배우 1' 역의 박정자(80)는 "배우에게 배역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존재감, 무대 한구석이나 조명 밖에 비켜있더라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배우들의 숙명"이라고 했다.
연습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정말 행복하다는 그는 "나이 들어 대사 외우기가 너무 힘든데 이젠 대사가 적어 좋다. 대신 대사 많은 햄릿을 맘껏 응원하겠다"면서 햄릿 역의 강필석에게 "고기 많이 사줄게"라고 외치기도 했다.
2016년 햄릿에 출연 당시 식도암으로 중도에 하차했다가 회복한 권성덕(81)은 이번엔 '무덤파기 2'와 '사제' 역할로 돌아왔다.
약방의 감초와도 같은 무덤파기 1, 2는 이번 햄릿에서 노배우들이 가장 많이 탐낸 역할이라고 한다.
권성덕은 "무덤파기를 그렇게 바라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역할 내놓고 내가 햄릿을 할 걸 그랬다. 내가 100살이 되면 100살 먹은 햄릿이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그때 또 한 번 생각해보겠다"며 웃었다.
이번 햄릿은 출연진뿐 아니라 연출 손진책, 무대디자인 박동우, 프로듀서 박명성 등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스타 제작진이 6년 전과 똑같이 참여한다. 모두 국내 최고 권위의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들이다.
손진책 연출은 "연극계에 위기감이 없던 적은 없었지만 요즘 제대로 틀을 갖춘 작품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이 배우들을 데리고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면 재앙이다. 모두 맡은 역할을 아주 멋지게 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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