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에 되살아난 '돈 선거' 망령 언제까지

이용호 2022. 5. 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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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서 후보자 인척 금품살포 혐의 구속
군위 포항 영덕 등 경북 곳곳에서
지지·대리투표 호소하며 금품살포
선관위 신고포상건만 4건에 달해
2008년 청도 군수 재선거에선
당선인측 무차별 금품 살포로
국내 최대 1,500명 형사입건 진기록도
경북에 되살아난 돈 선거 망령.

민주주의의 적 ‘돈 선거’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6월1일)을 1주일 남은 가운데 경북지역 곳곳에서 표를 얻기 위해 금품을 뿌리는 정확이 포착됐다. 일부 지역에선 유력 후보자 측근이 일반 유권자들에게 직접 금품을 건넨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선거 후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5일 김영만 군위군수 후보 인척인 박모(65)씨를 선거법위반 혐의(기부행위금지 등)로 구속했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A씨는 5월 초 주민 B씨에게 김영만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수십만 원의 금품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주민은 자켓 안쪽에 찔러 넣어준 돈봉투를 돌려준 뒤 고민하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23일 오후 A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기부행위금지 위반)로 긴급체포하고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23일 A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사실을 입증할 물증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구체적인 수사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김영만 후보 측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무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수사”라며 “문제가 있다면 수사를 해야 하지만 선거 기간임에도 수사가 속도전이 되고 무리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반발했다.

돈 선거 사태는 이 곳만이 아니다.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5일 현재 신고포상금 지급 대상에 오른 경우는 25일 현재 4건이나 된다. 접대나 선물제공은 물론 지지를 호소하며 직접 현금을 건넨 사례 등 모두 기부행위 관련으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선거범죄 신고포상급 지급에 관한 규칙 등에 따라 거액의 공천헌금 수수나 대규모 사조직이나 공무원을 동원한 선거범죄는 최대 5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단순 기부행위 등은 200만~5,000만 원이다.

앞서 영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힘 영주시장 당내 경선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해 모바일 문자투표를 대신해 주거나 안내ㆍ지지를 시키고 금품을 제공한 C씨를 지난 20일 대구지검 안동지청에 고발했다.

영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C씨는 자신의 딸ㆍ아들의 친구 10여명에게 일당 15만~20만 원씩 모두 380만원을 주기로 하고 5월 초 전화나 문자 보내기, 직접 방문 등의 방법으로 경선선거인들에게 경선투표방법 안내 및 특정후보의 지지호소를 하게 했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방법 안내를 빙자한 대리투표를 하도록 한 셈이다.

경북 영덕군에서도 경선 과정에 금품살포 사건이 터졌다.

영덕군선거관리위원회는 유력 후보의 측근 등이 경선 직전에 “도와달라”며 선거인인 책임당원에게 220만 원의 현금을 주고받은 7명을 적발하고 고발했다.

경찰이 후보의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인 가운데 책임당원 1명당 20만 원씩 무차별적으로 뿌렸다는 설이 나돌아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 공천에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북 포항시의 한 시의원 후보도 지역 한 단체에 200만 원을 준 혐의(기부행위 금지 위반)로 적발돼 검찰에 고발당했다.

선관위나 검경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금품살포 의혹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경북 북부권의 한 단체장 선거에선 후보 측근이 지역 유력 건설업체로부터 7억 원의 선거자금을 받아 전달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들은 농어촌지역은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혈연 지연으로 얽힌 경우가 많아 금품살포 효과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또 1980년대까지 성행한 '먹고 마시는' 선거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많은 것도 한 요인으로 본다.

앞서 2008년 초에는 경북 청도군에선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품살포사건이 터졌다. 주민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1,500명가량이 형사입건됐다. 당시 청도군 인구 4만6,000명의 10%가 넘는 5,000여 명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

형사입건 주민 1,500명 중 1,000명 정도는 수천 만원의 과대료 부담 능력이 없는 주민을 위해 불가피하게 입건한 경우였다. 형사입건 주민 상당수는 기소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을 받았다. 받은 금액의 50배로 고정된 과태료 부과 기준이 사안에 따라 10~50배로 변경한 계기가 됐다.

한 전직 고위 경찰관은 “농어촌지역에 아직 일부 남아 있는 직접적 금품살포나 선물 돌리기 같은 부정선거는 막걸리ㆍ고무신 세대가 사라지기 전까지 완전 없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받아먹은 금액의 수십, 수백 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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