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세월 뛰어넘는 연극 '햄릿'..원로들, 더 빛나는 단역(종합)
기사내용 요약
연극 '햄릿' 제작발표회…7월13일 개막
박정자·손숙·유인촌 등 원로들 총출동
주역 햄릿 강필석…"저는 복받은 배우"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연극 배우에게 배역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무대 한구석에 있어도, 조명 밖에 비껴있어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면 충분하죠. 그것이 우리 배우들의 운명이자 숙명입니다."(배우 박정자)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등 평생 무대를 누빈 기라성 같은 연극계 원로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해랑 연극상을 받은 원로 배우들이 뭉쳐 화제가 됐던 연극 '햄릿'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주연 자리는 젊은 배우들에게 넘겨주고 더 빛나는 조연, 단역이 되어 그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박정자부터 2010년 뮤지컬 '맘마미아!'로 데뷔한 박지연까지 50년의 간극을 넘어 세대의 장을 만든다.
박정자는 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햄릿' 제작발표회에서 "저는 그냥 배우1인데, 참여하는 기쁨이 크다. 연습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정말 행복하다"며 "이런 작품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것"이라며 전무후무한 작품을 예고했다.
원로 배우들은 햄릿의 비정한 숙부 클로디어스부터 유령, 무덤파기, 배우1~4 등 작품 곳곳에서 조연과 앙상블로 참여한다.
여섯 번이나 '햄릿'을 연기한 유인촌은 이제 졸업하겠다는 뜻을 품었지만, 의미있는 작품이라 다시 함께하게 됐다. 6년 전 맡았던 햄릿과 대척점에 서는 클로디어스 역으로 나선다. 그는 "젊은 배우들과 평생 연극 무대에 삶을 바쳐온 어른들이 모여서 한 연극이라서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때 햄릿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고, 이번에 사실 고민했어요. 당시도 60세가 넘어서 사실 무리였죠.(웃음) 나이가 들어 하고 싶었던 건 무덤파기 역이었어요. 이번에 클로비어스를 맡았는데, 제가 그동안 악역을 많이 해본 경험이 없어요. 큰 도전이죠."
박정자, 손숙, 윤석화, 손봉숙은 유랑극단의 배우 1~4로 출연한다. 길해연은 손숙과 더블캐스트로 관객과 만난다. 박정자는 "저는 평생을 큰 역보다 단역, 조연을 많이 했던 배우로 그 역할들의 소중함을 너무나 절감하고 있다"며 "80살이 넘나보니 지금은 대사 외우기가 어려운데, 우선 대사가 적어서 좋다. 대신 대사가 많은 햄릿을 마음껏 응원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손숙도 "배우2로 전락했지만 행복하고 즐겁다. 젊은 친구들이 큰 역을 맡아 선배로서 어떻게 더 도와줄까 생각한다"며 "(연극을 제작한) 신시컴퍼니 박명성 프로듀서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이런 기획을 할 수가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시즌에 건강 문제로 연습 중 하차했던 권성덕도 다시 합류했다. 가장 연장자인 그는 지팡이를 짚고 이날 제작발표회에 함께했다.
무덤지기2 역을 맡은 그는 "이제 연극 무대는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불러줘서 기뻤다.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려 한다"며 "다들 무덤파기를 탐내는지 몰랐다. 제가 아마 제일 좋은 배역을 맡은 것 같다. 제가 100살쯤 되면, 100살 먹은 햄릿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때 또 생각해보겠다"고 웃었다.
1976년에 처음 '햄릿' 작품을 했다는 정동환은 "돌이켜보면 저도 햄릿과 인연이 참 많았다"고 회상했다. 지난 시즌에 클로디어스를 연기한 그는 모사꾼 폴로니우스와 무덤파기1을 맡는다. "성실히 준비해 좋은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 후배들에게 전통이 이어지고, 범연극인들이 함께해 앞으로도 이런 무대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를 잊지 마라'는 명대사를 남기는 죽음의 복선 '유령' 역으로 분하는 전무송도 "햄릿을 네 번째 하게 됐다. 너무나 감격스럽고 운이 굉장히 좋은 배우라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성녀는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로 변신해 당찬 여성을 보여준다. 6년 전엔 호레이쇼로 남자 역을 맡았다. 그는 "연습실에서 대사 하나로 6~7시간 앉아서 행복해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다"며 "후배들은 선생님들께 누를 끼칠까 열심히 하는 모습에 든든함을 느낀다. 언제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이 작품이 성공하면 더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을 이끌어갈 햄릿은 강필석이 맡는다. 오필리어는 박지연이 연기하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이 함께한다. 이들은 대선배들과 같은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감사함을 표했다.
강필석은 "감히 선생님들과 대사를 섞고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체가 복받은 배우"라며 "첫 리딩때도 박정자 선생님이 첫 대사를 하는데 심장이 너무 뛰어서 제 대사를 못하겠더라. 한없이 긴장된다. 누가 되지 않도록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건형은 "선생님들과 저희가 만난 건 역사적 사건이다. 여기에 휘말리게 된 게 굉장히 영광"이라며 "6년 전 '햄릿'을 봤을 때 무대의 작은 소품으로라도 출연하면 행복하겠다 했는데 큰 역할로 참여하게 돼 기분 좋다. 연습실에서 늘 감동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다시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연극의 키워드를 '죽음 바라보기'라고 했다. 그는 "지난번엔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만들었다면 이번엔 전 배역에 맞게 다시 캐스팅했다"며 "햄릿의 주 키워드는 죽음이다.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7월13일부터 8월13일까지 한달간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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