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재발견] 꿈을 짓는 사람들, 목수

한겨레 2022. 5. 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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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손으로 갈고닦아 집이나 가구를 만드는 사람, 목수(木手)가 되고 싶은 청년들이 한곳에 모였다. '우드스케일'은 상업과 주거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젊은 목수들의 연합이다. 청년 목수의 구슬땀으로 꿈의 공간이 지어지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사진 박태양

우드스케일 목수연합 강성민, 방진재, 신민수

Q. 처음 목수라는 직업을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신민수(이하 민수)_ 목수였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영향이 컸어요. 18살 때 용돈벌이를 해보려고 아버지를 따라간 현장에서 망치나 톱 같은 공구를 만지다 이 일에 호기심이 생겼는데요. 지금은 어느덧 21년 차 베테랑 목수가 되어 우드스케일 목수연합을 이끄는 대표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강성민(이하 성민)_ 저도 목수인 작은 아버지의 추천으로 발을 들였는데, 일 자체가 너무 매력적인 거예요. 집을 짓고 완성된 모습을 보며 ‘정말 멋있구나’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목수 경력이 어느새 12년이 되었네요.

방진재(이하 진재)_ 대학교를 다니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목적지가 대부분 ‘회사원’이더라고요. 저는 그걸 따르기 싫었어요.(웃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다가 어느 순간 목수가 머릿속에 떠올랐죠. 그래서 여름방학 때 무작정 지방으로 내려가 목수 일을 경험했는데, 졸업하자마자 2년 동안 혼자 여러 현장을 돌아다니다 우드스케일에 합류했습니다.

Q. 인테리어 목수로 불리는 ‘내장목수’는 무슨 일을 하나요?

A. 민수_ 보통 목수의 모습을 상상하면 목공방에서 나무를 깎아 외관을 만들거나, 가구를 만지는 일을 생각하죠. 마치 피노키오의 ‘제페토 할아버지’처럼요.(웃음) 내장목수는 실내 벽체를 세우거나 천장을 만들고, 건물 내 계단과 바닥의 단을 올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문틀이나 문짝, 붙박이 의자와 같은 구조물을 설치하기도 하고 마감을 꼼꼼히 하는 등 전체 인테리어 공정의 8할 정도를 내장목수가 담당하고 있어요.

사진 박태양

먼저 고객이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문의하면 저희가 설계 도면을 받아서 이를 해석합니다. 도면을 보며 바닥에서 벽체까지의 라인을 그리거나 문틀이 들어가는 위치 등을 파악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이 ‘공간지각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빈 벽이 있다면 그 위에 붙어야 할 부자재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벽과 벽이 만나는 공간은 어떻게 마감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해야 하거든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디테일을 단번에 잡아내야 합니다.

Q. 인테리어 목수가 내실을 다지고 기틀을 세우는 일을 하는군요. 지금껏 수많은 공사 현장을 다니면서 목수로서 잊지 못할 순간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민수_ 저를 가르쳐주셨던 스승님께서 혼자 힘으로 해보라며 마감재를 주셨을 때가 기억나요. 이태원에 있는 유명 호텔의 객실 복도에 무늬목 알판(원목 무늬로 이루어진 패널)으로 벽체 마감 시공을 다 마치고 “너도 이제 기술자야”라는 한마디를 듣는데 순간 벅차올랐던 기분을 잊지 못해요.

진재_ 국립경주박물관 역사관에 들어가면 천장에 나무로 촘촘하게 짜여진 각재(긴 원목의 통을 네모지게 쪼개놓은 재목)들이 보여요. 당시 작업반장님과 저랑 둘이서 그 작업을 다 했는데 7주 동안 단 하루도 안 쉬고 일했어요. 아무것도 없었던 빈 공간을 채워가며 어느새 뚝딱 완성된 모습을 보니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뿌듯했죠.

성민_ 직업의 특성상 일터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출장을 자주 다니는데요. 멀리 가면 하루에 100km를 달려가기도 하죠. 현장에서 돌아와서도 저는 내일 공정을 생각하면서 잠을 잘 못 자요. 매번 새로운 목공 기술을 공부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 기쁩니다. 아직은 저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서 목수의 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박태양

Q. 그렇지만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 존재하기도 한다고요.

 

A. 민수_ 사실 일하는 건 그다지 힘들지 않아요. 사회적으로 편견이 있는 시선을 마주할 때가 더 힘들죠. ‘넌 무슨 일 해’라고 친구들이 물어보면 예전에는 제 직업을 당당하게 소개하지 못했어요. 혹시나 ‘노가다꾼’이라는 말을 들을까봐서요. 일을 하다 동료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자리가 있는데도 예약이 다 찼다고 거부당한 적도 있고요. 지저분한 작업복을 바라보는 눈빛을 당연히 저희도 느낍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해온 결과일까요?(웃음)

성민_ 목수는 일한 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이거든요. 그래서 웬만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보다 수입이 높은 편이죠. 이런 장점들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는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에서 ‘목수로 일하고 싶다’,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문의가 여러 군데서 들어와요. 근래에는 20~30명에게 연락이 왔을 정도니까요.

진재_ 물론 목수로 일하면서 지치고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그만큼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비자가 바라왔던 ‘꿈의 공간’을 기술자들이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말이죠.

Q. 최근에 목수에 도전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고, 여러 군데서 ‘청년목수학교’가 생겨나는 걸 보니 확실히 이 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실감합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젊은 목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목수로 가는 첫걸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신다면요?

A. 민수_ 보통은 인테리어목공기술학원에서 기초부터 다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학원을 졸업해도 정식 목수로 진입하기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일단 여러분이 사는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인테리어 현장에 있는 목수 반장님을 찾아가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진 우드스케일 목수연합 제공

진재_ 인내와 끈기도 중요합니다. 저와 함께 초보 목수로 시작한 사람들이 그 얼마를 못 버티고 그만두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숙련자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참고로 저는 4년째 인내하는 중입니다.(웃음)

성민_ 목수는 연장을 다루는 직업이잖아요. 아무리 고수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도 연장을 항상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만만하게 보거나 방심하게 되면 찰나의 순간에 내 몸이 다칠 수 있습니다. 저도 전기톱을 다루다 가벼운 부상을 당하기도 했죠. 또, 뾰족하게 튀어나온 물질을 밟을 수도 있어서 현장에서 안전화를 신는 것은 필수랍니다.

Q. 목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 분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끝으로 목수가 나의 ‘천직’인 이유를 이야기해볼까요?

A. 진재_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거나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제 성격과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여기저기 발로 뛰며 땀 흘리는 목수가 되어 참 좋습니다. 현장이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항상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민수_ 학교 다닐 때 잠만 자던 학생이었던 저에게 강점이 있었다면 바로 ‘한 우물을 파는 것’이었어요. 처음에 목수 일을 접하고 잠도 안 올 정도로 너무 재밌었어요. 인테리어 현장에서 매번 색다른 작업을 하다 보니 질릴 틈이 없고요.(웃음)

성민_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내 집을 꾸민다’는 생각으로 일하다 보니 목수의 매력을 느꼈어요. 손재주가 없어도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말씀만 드리자면, 목수는 인테리어의 꽃입니다!(웃음)

사진 박태양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박태양, 우드스케일 목수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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