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배우 총출동, 연극 '햄릿'의 귀환.."무대에 작은 배역은 없다"

선명수 기자 2022. 5. 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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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햄릿> 제작발표회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연극계 명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셰익스피어 연극 <햄릿>을 통해서다.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등 원로 배우들부터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배우들까지 함께 한 무대에 오른다. 한국 연극 역사와 함께해온 원로 배우들이 단역으로 출연해 후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공연기획사 신시컴퍼니가 제작한 <햄릿>은 2016년 연출가 이해랑(1916~1989)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했던 원로 연극인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당시 65세였던 배우 유인촌이 햄릿을, 60세였던 배우 윤석화가 오필리어를 맡았다. 최고령 75세부터 막내 60세까지 평균 나이 68.2세인 배우 9명의 출연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고, 성별과 나이의 고정관념을 깬 캐스팅도 눈길을 끌었다.

오는 7월13일부터 한 달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햄릿>은 9명의 원로 배우 모두가 다시 참여하지만, 배역은 달라졌다. 이전 공연과 달리 주연 자리에서 물러나 클로디어스부터 유령, 무덤파기, 배우 1~4 등 작품 곳곳에서 조연과 앙상블로 참여한다.

81세 배우 권성덕과 함께 이 공연의 최고 연장자인 배우 전무송은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햄릿은 연극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작품인데 운이 좋게도 네 번째 <햄릿>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여러 역할을 거쳐 이번엔 ‘유령’을 맡게 됐다. 좋은 배역을 맡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6년 전 공연을 함께 준비했지만 건강 문제로 무대에 오르진 못했던 권성덕은 원로 배우들이 모두 욕심을 냈던 ‘무덤파기’ 역할로 출연한다. 권성덕은 “다들 ‘무덤파기’ 역을 바라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 줄 알았으면 진작 그 역을 내주고 내가 햄릿을 할 걸 그랬다”면서 웃었다. 그는 “그냥 잊혀져도 되는데 정이 뭔지, 이렇게 다시 불러줘서 동지들을 만나 즐겁고 반갑다”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공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 경력이 크게는 5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한 무대에 오르는 원로들은 배역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고 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것이다. 박정자는 “오필리어와 거트루드 역은 언감생심 꿈꿔본 적도 캐스팅되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무대 한구석에 있더라도, 조명 밖에 비켜 있더라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 배우들의 숙명입니다. 저는 큰 역보다 단역과 조연을 평생 해왔던 배우였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아주 행복합니다. 우선 대사 외우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80이 넘다 보니까…. 대사가 적어서 너무 좋고요, 대사가 많은 햄릿을 맘껏 응원하려고 합니다.(웃음)”

‘햄릿’을 여섯 번이나 연기한 유인촌은 이번 무대에선 햄릿의 비정한 숙부 클로디어스를 맡아 햄릿의 대척점에 선다. 지난 시즌 클로디어스로 분한 정동환은 이번엔 모사꾼 폴로니오스와 무덤파기1 역으로 감초 역할을 한다. 여성 배우 트로이카라 불렸던 배우 박정자·손숙·윤석화는 유랑극단의 배우 1·2·3으로 무대에 오른다.

6년 전 원작에서 남성인 호레이쇼 역할을 맡았던 배우 김성녀는 거트루드 왕비로 분한다. 김성녀는 “대사 한두 개를 위해 6시간씩 연습실에 앉아있으면서도 행복해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뭉클하다”면서 “관객들도 팬데믹 시대에 대작이 그리웠을 텐데, 좋은 작품 만들어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주인공 ‘햄릿’은 배우 강필석이 연기한다. 강필석은 “대선배들과 대사를 섞고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6년 전 공연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어느 무대보다 긴장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키를 잡은 손진책 연출은 “6년 전 공연이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 같은 공연이었다면, 이번엔 보다 정통적이고 예리하게 작품 내면을 들여다 볼 것”이라며 “햄릿의 기본 이미지는 죽음으로,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공연을 제작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후배 연기자들을 위해 대선배들이 빛나는 조연과 단역으로 물러서줌으로써 선후배 세대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며 “대극장 연극이 실종된 시기에 힘을 합쳐 새로운 스타일의 연극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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