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이게 지도부냐"·박지현 "나 왜 뽑았나".. 깊어진 민주 내홍

임재섭 2022. 5. 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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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안 두고 당내부 정면 충돌
박지현 '586 용퇴론' 언급하자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 선그어
지선 결과 따라 당권 영향줄듯
박지현(왼쪽), 윤호중(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6·1 지방선거를 6일 앞두고 내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586 용퇴까지 언급하자,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도부 의견이 아니라며 발끈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책임론 등 당권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25일 당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당내 '86(80년대생·60년대 학번)그룹'을 겨냥해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민주당의 잘못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86그룹 퇴진을 압박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86그룹에 대해 "대선 때 2선 후퇴를 하겠다는 선언이 있었는데 지금 은퇴를 밝힌 분은 김부겸 전 총리, 김영춘 전 장관, 최재성 전 의원 정도밖에 없다"며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고 이제 그 역할을 거의 완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합동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당의 쇄신과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당의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전날에도 박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당 지도부에서는 쇄신안을 놓고 내부에서 정면충돌이 일어나며 고성까지 오갔다.

윤 위원장이 책상을 '쾅' 내리치며 "이게 지도부인가"라고 하자, 박 위원장은 "저를 왜 뽑아서 여기 앉혀놓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민주당 내 내홍은 일차적으로는 선거 과정에서 차가운 바닥 민심을 체감하고 대안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전날 대국민 사과 관련 당내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서도 "대선에서 졌는데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며 "자신과 다른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팬덤 정치 때문에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줬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선을 거치며 새로운 주류로 급부상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팬덤인 '친명'과 '개딸'(개혁의딸) 지지파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겉으로는 둘 다 이 고문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박 위원장이 대변하고 있는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과 기존에 이 고문을 지지해온 이전 세대 지지층인 '친명'이 섞이지 못할 뿐 아니라 갈등의 골까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30 팬덤층인 '개딸'의 경우, '여가부 폐지' 등을 내건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반대하면서 결집해 이 고문의 지지층이 된 만큼, 젠더갈등과 성비위 사건 등에 엄격하지만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예민하지 않은 성향을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박 위원장은 차별금지법과 성비위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의원 징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기존 세대 친명 지지층은 검수완박엔 큰 관심을 보이지만, 차별금지법에는 예민하지 않은 성향이다. 이들은 박 위원장이 검수완박 등 민주당이 필요로 하는 법안에는 호응하지 않으면서 내부 총질에만 열을 올리고, 당내 개혁파 의원들을 쳐내려 한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박 위원장이 이 고문 지지층 사이에서 '수박'(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갛다는 뜻으로, 국민의힘에서 보낸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은어)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때 이 고문과 대선 과정에서 경쟁했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도 '수박'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양측의 갈등의 골이 상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양측의 갈등이 극적으로 드러난 대표적 사례가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서 지지자들 반응이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 고문은 봉하마을에서 함께 환호를 받았지만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은 야유를 받았다. 이후 박 위원장은 "'검찰개혁 강행만이 살길이다, 최강욱 의원 봐주자'는 식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렬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절대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측 갈등이 폭발,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책임론을 두고도 양측이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박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어떤 난관에도 당 쇄신과 정치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가겠다"며 "좀 시끄러울지라도 달라질 민주당을 위한 진통이라 생각하고 널리 양해해달라"고 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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