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인생은 속 시원한 사이다가 아니더라('그린마더스클럽')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2. 5. 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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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마더스클럽', 녹색불은 원래 잠시잠깐만 깜박거릴 뿐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 클럽>은 후반에 이르기까지 긴장감과 지루함, 불편함과 공감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계속 품고가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린마더스클럽>이 상위동 엄마들의 교육열만을 다루는 뻔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혹은 시청자들이 익숙하게 봐왔던 여성 캐릭터들의 치고받는 싸움을 그리는 막장극의 형태도 아니다. 궁극적으로 여성들의 우정을 그리고는 있지만 그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다정한 휴머니즘도 아니다.

의외로 <그린마더스클럽>은 첫 회 첫 도입부에 이 드라마가 다루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 보여준다. <그린마더스클럽> 첫 장면은 시간강사 이은표(이요원)의 대학강의다. 이은표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예를 들며, 천재와 천재가 아닌 2인자의 질투와 비극을 이야기한다. 이 순간 갑자기 이은표가 1인자로 생각했던 절친이자 경쟁자이자, 사랑을 빼앗아간 서진하(김규리)가 강의실에 나타난다. 이은표는 갑자기 공황장애로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며 악몽에서 깨어난다.

맞다. <그린마더스>은 상위동 엄마들의 커뮤니티 인생을 그려낸다. 그곳에서도 엄마들의 인생은 자식을 통해 꿈을 구현하려는 살리에리의 인생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엄마들이 상상하는 멋진 여왕 같은 1인자 엄마는 없다.

일단 상위동의 어나더클라스 앙리맘 서진하부터가 그렇다. 서진하는 프랑스에서 만난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편과 화가로서 멋진 삶을 사는 인스타 속 스타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 조현병으로 자살한 엄마를 잃은 트라우마로 자신도 그렇게 될까 공포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 때문에 이은표에게 집착에 가까운 우정 세례를 보여주기도 한다.

상위동 엄마들을 이끄는 리더 변춘희(추자현)도 마찬가지다. 변춘희는 의사 부인에 똑똑한 아이들을 똑부러지게 케어하는 슈퍼맘이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도박중독이며, 변춘희는 남편의 도박 빚을 변제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불법거래하는 일에 가담한다.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반에 잠시 이은표와 변춘희의 우정을 충실하게 빌드업 했다. 하지만 서진하의 죽음 이후, 1인자의 허상이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계속 모든 인물의 허상이 드러난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야기는 사이다처럼 시원하지 않다. 일반적인 플롯이라면 억울한 주인공 이은표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 후, 이야기의 키를 쥐고 달렸을 것이다.

허나 <그린마더스클럽>은 주인공 이은표를 가방끈 긴 백면서생에 답답한 살리에리로 만든다. 이은표는 평생 자기감정을 표현 못한 인물인데, 그 때문인지 사회생활에서 헛발을 내딛는 경우가 많다. 급발진하지 말아야 할 순간에 급발진하고, 정작 중요한 패를 던져야 할 순간에는 말을 못한다. 또 자기 신념이 강한 것처럼 굴지만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 영재 큰 아들 동석이를 내세운다. 동석이가 각종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휩쓸며, 그 덕에 그녀는 상위동에서 1인자의 자리 가까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다른 엄마들처럼 동석의 그늘은 보지 못한다. 그 결과 동석이는 함구증에 걸리고 만다.

<그린마더스클럽>은 계속해서 이은표의 판단 미스를 보여준다. 그 때문에 사건의 전개는 더디지만, 동시에 인생이 사이다가 아니라는 사실만은 성실하게 그려낸다. 오히려 <그린마더스클럽> 엄마들의 세계는 코앞에 어떤 일이 올지 알 수 없고, 인간의 내면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스릴러에 가깝다.

특히 극 후반 폭주하는 줄핀맘 김영미(장혜진)를 통해 그런 공포를 전면에 드러낸다. 김영미는 소위 '깨시민'으로 상위동의 다른 속물 엄마와 다르다는 우월의식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우월의식은 극이 진행될수록 자기합리화 플러스와 젊은 예술가 감독과의 재혼생활의 실패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오기로 드러난다.

그 때문에 그녀는 은표에게 초라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위협하고 이후에는 애원한다. 극 후반에 배우 장혜진이 보여주는 이 김영미 캐릭터의 속내는 무섭고, 씁쓸하고, 아프다. 더구나 그것이 고상한 예술가 흉내를 내지만 폭력적이고, 이기적이고, 변태적이기까지 한 젊은 남편 때문이라는 사실은 더욱 처참하고.

사실 <그린마더스클럽>은 기분 좋고 속 시원한 드라마는 아니다. 이야기의 흐름도 그렇게 매끄러운 편은 아니다. 주인공 은표의 성격처럼 답답하고, 그러다 급발진하고, 가끔 유쾌하지만, 다시 침울해진다.

다만 지금껏 젊은 엄마들의 삶을 휴머니즘 아닌 다른 방식으로 그려내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멀리에서 보면 하하호호 휴머니즘이지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면 낯선 사람들과의 미묘한 신경전과 결코 들키고 싶지 않은 삶의 우울함이 감춰져 있다.

<그린마더스클럽>은 그것들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조금씩 풀어냈다. 물론 이야기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이야기는 꼬인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대부분 살리에리의 인생끼리의 만남이기에 원래 꼬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 편히 지나갈 수 있는 녹색불은 원래 잠시잠깐만 깜박거릴 따름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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