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급 배우들 연극 '햄릿' 조연·단역 마다하지 않은 이유

이강은 2022. 5. 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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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과 색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연극 ‘햄릿’ 출연진이 25일 제작발표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를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성덕·전무송·박정자·손숙·김성녀·정동환·유인촌·손봉숙·김명기(마셀러스 역 외)·이호철(버나드 외)·강필석(햄릿)·박지연(오필리어)·박건형(레어티즈)·김수현(호레이쇼)·길해연(배우2) 
권성덕(81·무덤파기2·사제 역), 전무송(81·유령 역), 박정자(80·배우1 역), 손숙(78·배우2 역), 정동환(73·폴로니우스·무덤파기1 역), 김성녀(72·거투르드 역), 유인촌(71·클로디어스 역), 윤석화(66·배우3 역), 손봉숙(66·배우4 역)

6년 전,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연극 ‘햄릿’으로 한 자리에 모였던 어벤저스급 배우들이 다시 뭉쳤다. 역시 같은 ‘햄릿’ 무대에 서는 거지만 대부분 조연과 단역이다. 평생 연극 무대에서 다져진 뛰어난 연기력으로 한 명 한 명이 어떤 작품에서든 주연을 맡아도 이상할 게 없는데도 기꺼이 조연과 단역을 자처한 이유가 뭘까.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의미가 깊고 감격스러운 작업이라 배역을 떠나 참여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자리에서다. 이날 손진책 연출과 제작사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프로듀서), ‘햄릿’ 주연 등 함께 공연하는 젊은 후배 연극인과 함께 한 이들은 가슴에 벅찬 듯 돌아가며 소감을 말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전무송은 “셰익스피어 ‘햄릿’은 연극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데 운 좋게도 네 번째 무대를 하게 됐다”며 “이번에는 ‘햄릿’(을 공연하는) 배우들 역할의 마지막 배역이 유령인데, 이번에 맡게 돼 감격스럽다”고 했다. 그는 거듭 ‘운이 좋은 배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햄릿’에 대한 애착을 내비쳤다. 전무송은 6년 전 ‘햄릿’에서 레어티즈 역을 맡았다. 

박정자는 “6년 전 오필리어 아버지(폴로니어스)를 했는데 이번에는 유령도 아니고 무덤지기도 아니고 배우1을 맡았다”(웃음)며 “그런데 참여하는 기쁨, 연습장으로 향하는 마음과 발걸음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동시대 이렇게 한자리 모이기에는 너무 벅찬 선배님들과 동료들, 젊은 후배들하고 함께 공연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며 “연습장에서 우리끼리 한 얘기인데, 이런 작품은 전에도 후에도 없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교통 사정으로 뒤늦게 참석한 권성덕은 “박정자씨 말대로 (햄릿에 다시 참여하게 돼) 굉장히 기쁘다. 이번이 아마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 열심히 할 생각이다”며 “젊은 친구(후배)들하고 같이 하게 돼 정말 영광스럽고, 제일 좋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숙은 “6년 전 거투르드 왕비에서 이번엔 배우2로 전락했음에도 굉장히 행복하고 즐겁다”며 “젊은 후배들이 주요 역할 맡았는데 선배로서 어떻게 도울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공연에서 햄릿과 대적하는 클로디어스 역을 했던 정동환은 “(연극)‘햄릿’과 인연이 많은데 이번엔 진짜 하고 싶었던 배역 폴로니우스를 맡았고, 그보다 더 하고 싶었던 무덤파기 역도 하게 돼 영광”이라며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성녀(6년 전 호레이쇼 역)는 “연습장에서 대사 한 두 개 가지고 6시간씩 앉아 계시며 행복해하는 선배들 보면 뭉클하고,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누 끼칠까봐 열심히 리딩하는 모습 보니 든든함 느낀다”며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연극이 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햄릿 전문’으로 유명한 유인촌은 “6년 전 햄릿을 할 때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다’ 생각해 상당히 큰 책임감 갖고 공연했다. 햄릿(공연)을 굉장히 많이 해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삼촌 역 왕을 하게 됐다”며 “ 젊은 배우들과 평생 무대에서 바치신 어른들 모여서 같이 하는 공연 자체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전에 맡았던 햄릿과 대척점에 있는 클로디어스를 맡게 된 것과 관련, “(6년 전과) 반대로 왕을 하는데, 왕이란 존재 자체가 야비하기도 하고 권력과 욕망의 화신 같은 인물”이라며 “(햄릿을 맡았을 땐) 복수를 해야 하는 상대(클로디어스)로 연기하다 (이제는 복수를) 당해야 하는 입장이라 가능하면 복수 당하더라도 끝까지 잘 버티는 나쁜 놈의 전형을 잘 보여줄 것이다. 주변에 찾아보면 이런 사람들 많다”(웃음)고 했다. 

손봉숙도 “이번에 후배들과 함께 멋진 조화이루며 관객들과 큰 감동 느낄 수 있는 작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6년 전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6년 전 작품은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잔치, 놀이를 해보자고 9명 배우가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돌아가며 작게 했다면, 이번에는 똑같이 할 수 없으니 전 배역에 맞게 캐스팅을 했다”며 “햄릿 작품의 기본은 죽음이다. (이번 작품은)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두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죽음 바라보기’란 측면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배우로부터 ‘햄릿’을 기획하고 제작한 데 대해 감사함과 극찬을 받은 박명성 대표는 “이번 작품은 후진 세대를 위해 대선배들이 빛나는 조연이나 단역도 해주고, 젊은 배우들이 주요 역할 맡아 세대를 융복합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한 뒤, “프로듀서로서 우리 선생님(대선배)들이 이 작품을 함께 해주신 것만으로 행복하게 작업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인촌은 “이런 프로덕션은 제가 기획과 제작 해본 경험에 비춰 국공립이나 시립이 아니면 도저히 제작하기 어려운데 신시컴퍼니가 하게 됐다. 출연진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데 성공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숙도 “박명성 프로듀서가 제 정신이면 이런 기획 할 수 없을 텐데, 지원금 한 푼 없이 이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정신 아니다”면서 박 대표의 노력과 연극에 대한 애정을 높이 평가했다. 박정자 역시 “팬데믹 시대에 (많은 관객이) 이같은 대작이 그리웠을 텐데, 박명성 (대표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라도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연극 되도록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햄릿’은 오는 7월13일부터 8월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글·사진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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