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이주영·오민애의 모녀 로드무비..'윤시내가 사라졌다'(종합) [N현장]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이주영과 오민애가 80년대 인기가수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와 가짜'에 관해 솔직하게 말한다.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려 이주영, 오민애, 노재원, 김진화 감독이 참석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열정충만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오민애 분)와 엉뚱매력 관종 유튜버 짱하인 장하다(이주영 분), 두 모녀가 전설의 디바 윤시내를 찾아 나서며 펼쳐지는 동상이몽 로드무비를 그린 작품이다. 김진화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김 감독은 영화에 대해 "진짜와 가짜가 키워드"라며 "시나리오 쓰면서 진짜와 가짜는 결국 어떤 이야기일지 고민이 많았는데, 편집을 마치고 나서 든 생각은 '진짜는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겠다'라는 것이다"라며 "어느 누구도 가짜의 삶은 없지 않나, 다양함에서 나오는 그것이 진짜라고 말하는 영화이고, 특히 SNS 시대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화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이미테이션 가수라는 소재로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감독은 "어렸을 때 '인간극장' 보는 걸 좋아했는데 거기서 이미테이션 가수가 나온 걸 보고 재밌다고 느꼈고, 나중에 시나리오 쓰는 단계에서 이미테이션 가수들의 예전 토크쇼를 봤는데 참 재밌었더라"며 "그런데 이 소재가 마음에 걸린 건, 그 토크쇼에서 이미테이션 가수분이 '자신이 그 사람과 외형적으로 엄청 닮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그 결과 자신이 인생의 전성기를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되어 갈수록 자부심이 되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제 마음에 걸렸고, 순간적으로 애환과 단란함을 같이 가져갈 수 있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어서 이 소재를 가져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주영은 관종 유튜버 장하다(짱하)를 맡았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장)하다'가 처음에는 미운짓, 그런 행동들을 계속 하지 않나"라며 "그리고 유튜버이고, 어떤 굉장히 평범하지 않은 텐션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나리오 후반부 갈수록 하나의 인간적인 면, 솔직함, 연약한 점을 보게 되면서 그의 고독과 슬픔이 큰 만큼 그 높은 텐션이 될 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했고, '하다'에 대해 대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라며 "저렇게 관심 받고 싶어하는 데, 엄마에게 관심 받고 싶은데 그게 충족이 안 되니 외부에서 받으려고 하지 않나. 그런 쓸쓸함을 표현하려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오민애는 이미테이션 가수 신순이(연시내) 역을 맡아 이주영과 모녀 호흡을 펼친다. 특히 오민애는 이 영화로 23년 만에 배우상을 받았다.
그는 먼저 "사실 제가 3년 전 즈음에 영화를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하려고, 배우로서 일을 포기해야겠다는 시점이 있었다"라며 "그런데 마지막으로 딱 3년만,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고 그래도 안 된다면 후회하지 말고 또 다른 나의 삶을 가야겠다는 마음, 배수진을 치는 마음으로 갔는데 자꾸 좋은 일이 생겼고 '윤시내가 사라졌다'를 만나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이 생겼다"고 특별한 소감을 밝혔다.
또한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윤시내 선생님이 성향도 음색도 창법도 너무 독보적이라 흉내낼 수 없는 분"이라며 "모창가수 역할이 너무 매력있어서 대박이고 신난다고, 행운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연습할수록 대박이 아닌 쪽박일수도 있겠더라, 그 분을 흉내낼 수 없겠단 생각이 들고 이러다 망신 당하겠다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그 분 특징적인 게 겨드랑이로 펌핑을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살려봤다"라며 "그리고 선생님이 포효를 잘 한다. 그런 부분도 살렸으면 좋겠다고 해서 살렸고 윤시내 선생님이 소녀스러움이 있어서 그 부분을 살리려고 했는데 잘 살렸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노재원은 아이돌 연습생 출신 이미테이션 가수 정준옥(운시내)으로 분했다. 극중 여장 남자 운시내 이름으로 밤무대에 선다.
그는 "윤시내 선배님과 성별이 다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그것보다 중요한 건 준옥이란 인물이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그런 삶을 사는 걸 좋아하는 한 사람이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순수하게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인물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이주영과 오민애 두 분을 지켜보면서 묵묵히 함께하는 인물이라 현장에서도 두 분의 눈치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며 "제가 준욱으로서 이들을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모녀로 등장한 이주영과 오민애의 앙숙 케미가 돋보인다. 이주영은 이에 대해 "민애 선배님과 첫 리딩 때 뵈었는데 진짜 반했다"라며 "첫 리딩날 신비로운 모자를 쓰고 오셔서 하시는데 권위적이지 않고 사랑스럽고 소녀스러운 모습을 봤다, 그리고 그날 노재원 배우도 보면서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설렘으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주영은 이어 "선배님 보면서 나이가 들면서 연기할 때 선배님처럼 연기해야겠다, 순수함을 항상 지키면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행복하고 좋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오민애는 "캐릭터상 앙숙인데 현장에서는 이렇게 막 친하게 지낼 수가 없었다"라며 "그런데 이주영이 마지막 날 펑펑 울었다더라"고 했고, 이주영은 "제가 한번도 운 적이 없는데 눈물이 안 멈추더라, 그 정도로 행복한 현장이었다"며 웃었다.
영화에는 80년대 스타 가수 윤시내가 직접 출연했다. 김 감독은 먼저 윤시내를 '전설의 가수'로 정한 것에 대해 "윤시내 선생님은 시나리오 속에서는 전설의 가수로 존재했다"라며 "그 전설의 가수를 탐색하는 중요한 과정이 있었는데, 연출적으로 생각했을 때 극에서 이미테이션 가수가 여러 명 등장하는데 이 분들이 외형적으로 비슷하게 닮아있는 부분들을 연출해야 하더라, 그렇다면 전설의 가수가 좀 더 외형적이거나 동작, 무대 매너 등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고유함이 있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 과정에서 윤시내 선생님을 찾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속에 나오는 '윤시내 열애'라는 카페를 직접 찾아갔는데, 그날 숨이 멎을 정도로 반했다"라며 "그때 본 윤시내 선생님 아우라는 연출자가 연출할 수 없는 영역이고, 실제 윤시내 선생님이 실제로 등장해야만 가능하겠구나 싶었는데 마침 선생님이 얼마 전부터 연기를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으셨고, 그 참에 제가 연락을 한 거라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다"고 출연 비화를 밝혔다.
끝으로 이주영은 "엄마는 이미테이션 가수로 가짜의 삶을 살면서도 거기서 진심으로 살지 않나"라며 "그런데 하다는 진짜를 보여주면서도 그게 진심인지는 모르지 않나, 그런 아이러니와 관심과 무관심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오는 6월8일 개봉.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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