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이불과 베개에 담긴 무한 애정

이양희 갤러리숨 관장 2022. 5. 25. 16: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강(2022), '이불'
이강(2022), '이불'. Mixed media. 사진=갤러리숨 제공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은 최근 K-콘텐츠로 대표되는 한류가 세계를 뒤흔들며 통하게 된 이야기다. 한국적인 소재로 늘 작품의 방향을 모색하는 이강 작가는 우리나라 오방색을 기반으로 채색한다.

작가는 어린시절 외할머니 댁에 놀러갔다가 안방에 있는 이불 안에서 놀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추억한다. 그 기억을 우리나라 고유 문화인 '규방'과 연계한다.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이불과 베개는 규방공예의 소재로 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다.

베갯잇에 수놓아진 것들은 자녀에 대한 기복(祈福)으로 가득하다. 옛날에 부모들이 딸에게 전해주던 사랑과 정신이 그 안에 깃들어 있다. 시집 가서 아들딸 낳고 잘 살길, 시부모에게 사랑받길, 부귀영화를 누리길… 자녀의 행복을 비는 부모들의 사랑을 담뿍 느낄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많은 작품에 '모란(목단, 牡丹)'을 주로 새겼다는 것이다. 모란은 예로부터 동양에서 왕실 양반집 등에서 집을 새로 지을 때, 이사가거나 증축할 때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뜰이나 정원에 심었던 꽃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모두의 안녕을 기원한다.

모두의 일상 속 한켠에 자리하는 '이불'은 우리가 잊고 있는 주변의 관심과 가족, 이웃 모두에 대한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늘 한 번 쯤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 작품을 통해 생각해보는 시간이길 바란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