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겨눈 ICBM, 韓 겨눈 SRBM..섞어쏜 北, 다음은 핵실험이다

김상진 입력 2022. 5. 25. 16:50 수정 2022. 5. 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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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3발을 섞어 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박 5일의 한·일 공식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미국 땅을 밟기도 전에 감행했다. 이번 순방에서 한·미가 북한에게 강력한 경고를 한 데 대한 ICBM 도발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3월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과 사진을 이튿날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뉴스1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전 6시, 6시 37분, 6시 42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탄도미사일 3발이 발사됐다. 올해 들어선 17번째(방사포 포함) 도발이다.

가장 먼저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360㎞, 고도 약 540㎞, 속도 마하 8.9로 탐지됐다. 군 당국은 지난 3월 17일 고도 20㎞ 아래에서 폭발한 신형 ICBM인 화성-17형일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미사일은 1단 추진체의 연소가 끝난 뒤 단 분리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보도를 통해 미사일 발사를 공개한다면 2월 27일과 3월 5일처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군 당국은 2, 3번째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SRBM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두 번째 미사일은 고도 약 20㎞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고 합참이 전했다. 군 당국은 실패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세 번째 탄도미사일은 최고고도 약 60㎞를 찍고 약 760㎞를 비행했다. 최고 속도는 마하 6.6였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KN-23은 이미 여러 번 쏴 성능 검증을 끝냈다”며 “북한이 1월 11일 테스트한 극초음속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SRBM 발사는 핵(전술핵)을 투발할 수 있는 성능 개량 의도가 내포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본토 영공에 진입하는 시점과 비슷한 시점에 도발을 시작한 게 한·미에 함께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한ㆍ미 당국과 달리 세 번째 미사일이 최고고도 50㎞로 약 750㎞를 변칙궤도로 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ICBM과 SRBM의 ‘섞어쏘기’를 감행한 데 대해 권명국 전 방공포병 사령관은 “미국을 상대로 ICBM, 한국을 상대로 SRBM으로 각각 대응하면서 두 나라를 한꺼번에 위협하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도 “ICBM과 SRBM은 동전의 양면으로, 섞어쏘기는 한·미동맹에 대한 동시 위협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도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한ㆍ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25일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강행한 가운데 공군은 전날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엘리펀트 워크 훈련은 여러 대의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장착하고 활주로에서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를 하는 훈련이다. 사진은 훈련 중인 F-15K 전투기들. 사진 합동참모본부

한ㆍ미는 이날 긴박하면서도 긴밀하게 움직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 양국 장관들은 21일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미국의 확장억제를 논의하는 한ㆍ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빨리 열기로 했다.

또 양국 군 당국은 이날 연합 지대지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벌여 한국군의 SRBM인 현무-Ⅱ와 주한미군의 ATACMS(에이태큼스)를 1발씩 동해상으로 쐈다. 공군은 전날 F-15K 30여 대의 전투기를 무장한 채 활주로에 전개하는 ‘코끼리 걷기(Elephant Walk)’ 훈련을 벌였다.

코끼리 걷기는 다수의 전투기가 최대무장을 장착하고 밀집대형으로 이륙하는 과정을 연습하는 훈련이다. 코끼리 무리에서 뒷 코끼리 코로 앞 코끼리의 꼬리를 잡으면서 한줄로 이동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정식 명칭은 최대 출격 훈련(maximum sortie surge)이다.

북한은 ICBM 발사에 이어 제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태효 차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하루 이틀 안에 실험할 가능성은 작지만, 그 후로는 있다. 다른 장소에서 핵실험 준비하려는 기폭 작동 실험이 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25일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군이 '현무-Ⅱ', 미군이 ATACMS(에이태큼스) 등 지대지미사일을 1발씩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대응했다. 사진은 미군의 에이태큼스 지대지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사진 합동참모본부

기폭장치는 연쇄 핵분열을 촉발하는 핵폭탄의 부품이다. 기폭장치 실험은 핵물질을 빼고 하기 때문에 풍계리와 같은 전용 실험장이 필요 없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북한이 신형 핵탄두를 개발하거나 기존 핵탄두를 개량할 수도 있고, 전술핵 탄두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상관없이 한ㆍ미의 대북 강경 기조에 ‘강(强) 대 강’ 국면을 이끌고 가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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