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탄 쏘아올린 T1, '아리'만 잡으면 우승 보인다

문원빈 기자 2022. 5. 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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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선수들 국제 무대 적응하면서 점점 강해지는 T1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서 T1이 7승 3패, 2위로 럼블 스테이지를 마무리했다.

T1은 RNG, G2 e스포츠, 이블 지니어스에게 한 번씩 패배를 허용하면서 불안한 출발로 럼블 스테이지를 시작했다. 이후 정밀하게 문제점을 바라보고 수정한 피드백 덕분인지 후반부에 기세가 점점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양강체제를 이뤘던 G2와 RNG를 모두 잡아내 부활 신호를 울렸다.

4강 진출 인터뷰 당시 T1 페이커 선수는 "팀적으로 문제가 많았기에 그러한 부분을 선수들 개개인이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며 "밴픽 같은 부분들도 선수와 코치진이 같이 합심하여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초반 성적은 올해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T1에게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우승 후보로 불리는 G2와 RNG에게 모두 복수하면서 2위로 4강에 올랐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살펴보면 구마유시, 오너, 제우스의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페이커와 케리아 선수는 MSI와 월드 챔피언십을 다수 경험했던 만큼 국제 대회의 무대 분위기에 익숙하다. 또한, 이들은 G2와 RNG 등 해외 강자들과도 자주 맞붙었기 때문에 그들의 경기 스타일에 이미 적응이 된 상태였다. 해외 리그와 LCK의 차이, 국제 무대의 규모를 감안하면 경험이라는 요소는 꽤나 큰 영향력을 미친다.

막상 패배한 경기를 봐도 T1은 T1처럼 플레이했다.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초반에는 라인전부터 상대를 압도하다가 중반부 한타에서 삐끗 넘어져 패배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선수들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운용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는 의미다. 3~4일차에 접어들자 선수들이 1~2일차보다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결과 뿐만 아니라 승리 과정에서도 모든 부분이 개선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T1이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명 3~4일차에는 다소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우발적인 교전 능력이 RNG와 G2에 비해 여전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LCK 스타일의 약점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LCK의 경우 보통 승리가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선 교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상대에게 허를 찔러 승기를 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해외 팀들은 전투를 통해 유리한 상황을 증폭시키고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에 익숙한 팀들은 우발적인, 즉흥적인 교전 플레이의 대가들이다. T1,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그동안 LCK에서 경험했던 것과 다른 스타일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무조건 문제라고 지적할 순 없다. 어느 전략이든 장점이 있으면 항상 단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축구로 예를 들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가 6관왕을 달성했을 당시 티키타카 전략은 축구 역사항 완벽한 전략이라고 평가됐다. 하지만 티키타카 전략은 선수들의 패스 능력 의존도가 매우 높고 역습과 압박 축구를 상대로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내기 어렵다는 약점이 드러나면서 점점 대세 전략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LCK 플레이는 점유율 축구와 같이 근거를 기반으로 설계해 나가는 안정적인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게임과 스포츠 등 모든 경쟁 콘텐츠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자랑한다.

이현우 해설위원은 "T1이 G2와 RNG에게 패배한 과정을 보면 T1이 확실히 유리했다. 솔직하게 LCK에는 그 정도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 응징하려는 팀이 거의 없다. 하지만 MSI는 최고의 팀들이 대결하는 무대인 만큼 교전을 통해 응징과 역전을 노리는 해외 리그의 스타일을 잘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LEC는 LCK와 반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의 명가다. 이들은 초반 다이브를 통해 이득을 챙기고 이것을 바탕으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는데, G2는 세계에서 해당 전략을 가장 잘 다루는 팀이다.

LPL은 LCK와 LEC를 적절하게 혼합한 형태다. 이번 2022 MSI의 경우 특혜 논란이 있긴 해도 리그 스타일 자체가 럼블 스테이지 1위 진출을 비롯해 국제 대회에서 LPL이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만든 근본적인 이유였다.

그래도 전략에서의 성향이 비슷한 만큼 T1 입장에선 말 그대로 실력 싸움으로 상대할 수 있어 용이하다. RNG가 즉흥적인 전략에는 조금 우세할 수 있어도 담원, 젠지처럼 정교하진 않기 때문이다.

RNG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초반에는 접전이 펼쳐졌으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선수 개인의 능력, 특히 제우스의 능력이 상대를 압도하면서 무난하게 승리를 쟁취해 1차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RNG보다 4강 상대 G2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미뤄보면 G2를 효율적으로 상대하는 방법은 '하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들이대는 G2에게 점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2019 월드 챔피언십 4강에서 T1은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G2에게 패배했다. 라인 하나를 지정해 빠르게 킬을 노리고 그 과정에서 취한 이득을 단 시간 내에 증폭시키는 것이 G2의 강점이라 우발적인 교전 시도에 약한 T1은 더욱더 극복하기 어렵다.

불리한 상황에서 교전으로 역전을 노리는 운영도 G2의 강점이지만, 사실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유리한 상황을 더욱 유리하게 이끄는 상황에 비해 위협적이지 않으므로 선제점을 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럼블 스테이지 2차전에서 T1이 어렵지 않게 승리했고 G2는 5연패 속에서 가까스로 4강에 진출한 만큼 많은 팬들이 T1의 승리를 예견한 상황이다. 하지만 G2가 럼블 스테이지에서 애니비아, 리븐 등 실험적인 조합을 계속 꺼내들어 패배한 만큼 4강에서의 분위기는 다른 거라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팬들은 '아리'의 픽과 바론 트라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2 MSI 미드 라인에서 가장 많은 픽을 자랑한 아리는 '매혹'이라는 강력한 군중 제어와 빠른 기동력을 자랑하는 '혼령 질주'로 안정적이면서 기습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문제는 페이커 선수도 아리를 잘 다루지만 상대 캡스 선수도 아리를 잘 다룬다. 아리를 내주면 변칙적인 운영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한 대응책이 없다면 상대에게 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그리고 바론은 패배의 원흉이라 불릴 정도로 T1에게 역전을 많이 선사했다. 특히, EG와의 경기에선 성장력에서 우위를 점했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억제기 앞에서 교전하고 이후 바론을 공략한 것이 패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바론에 대해선 T1 페이커 선수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는 "럼블 스테이지에서 바론 교전으로 인해 손해를 많이 본 덕분에 앞으로 있을 경기들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그런 실수들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플레이들은 각자 자신감을 갖고 수행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제 우승까지 단 2걸음 남았다. 럼블 스테이지를 겪으면서 T1은 점점 강해졌고 제우스는 세계 최고의 탑 라이너 반열에 오를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는데, 과연 T1이 4강·결승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5년 만에 MSI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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