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보수의 차별금지법 반대와 '자유론'

정혁준 2022. 5. 25. 16: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강조했다.

이처럼 한국 보수는 자유라는 키워드를 좋아하지만, 자유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영국 정치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1859)은 잘 읽지 않는 것 같다.

밀은 <자유론> 에서 나와 다른 의견, 다수와 다른 소수 의견이 옳을 수도 있다는 것과 그런 의견을 억압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레카]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 보수 유권자의 정서를 보듬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 보수는 자유를 좋아한다. 대한민국 앞에 자유를 넣어 ‘자유대한민국’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자유는 중의적이다. 먼저,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인다. 즉 북한의 독재 정권보다 우월한 이데올로기에서의 자유다. 또 다른 자유는 탈규제를 강조하는 뜻으로 활용된다. 즉 밀턴 프리드먼의 시장중심주의, 작은 정부를 함의하는 경제에서의 자유다.

이처럼 한국 보수는 자유라는 키워드를 좋아하지만, 자유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영국 정치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1859)은 잘 읽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자유론>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밀은 그나마 자신이 쓴 책 내용을 쉽게 읽히게 하려고 다양한 예시를 책 곳곳에 넣었지만, 그 예시 역시 160여년 전 것이어서 쉽게 와닿지는 않는 편이다.

밀은 <자유론>에서 개인이 사상·표현·양심·취향·집회·결사와 관련해 무한한 자유를 가진다고 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우리나라 헌법 각 조항에 자유권적 기본권으로 스며 있다. 하지만 밀은 이런 무한한 자유도 제한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때다. 이를 ‘해악의 원칙’(the harm principle)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술에 취해 다른 사람을 폭행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밀이 주장하는 자유의 기본 원칙인 셈이다.

2007년 첫 발의 뒤 15년간 한발도 떼지 못하던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25일 국회에서 처음으로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역사적인 자리였지만, 국민의힘의 참석 거부로 ‘반쪽 공청회’가 됐다. 심지어 국민의힘 기독인회는 며칠 전 차별금지법을 두고 ‘개자완박’(개인의 자유 완전박탈)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반대했다. ‘혐오의 자유’까지 자유라고 내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국가인권위가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7.2%가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밀은 <자유론>에서 나와 다른 의견, 다수와 다른 소수 의견이 옳을 수도 있다는 것과 그런 의견을 억압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유의 뜻을 더 정확하게 음미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그리고 보수층이 <자유론>을 다시 한번 읽어봤으면 어떨까 싶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jun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