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퍼진 '한동훈 포비아'..법무부 "독립성 보장" 이례적 해명

정용환 입력 2022. 5. 25. 16:15 수정 2022. 5.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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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조직 신설에 대해 권한 집중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자 25일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냈다. 여기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중간보고를 일체 받지 않겠다"며 "수집·관리하는 정보를 수사·사정 등 (인사 검증) 목적 범위를 벗어나 활용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날 한 장관에게 검찰권에 이어 인사정보 수집 권한이 주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공직 사회에 번진 ‘한동훈 포비아’(공포증) 현상을 불식하려는 조치다.

법무부는 이날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신설 인사정보관리단은 인사혁신처나 감사원 고위공무원 등 비(非)검찰·법무부 출신 외부 인사 전문가를 단장으로 임명해 이끌게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전날 입법예고된 인사혁신처 대통령령 개정령 등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공직 후보자에 관한 개인정보 수집·관리 권한을 기존 대통령 비서실장에 더해 법무부 장관에게도 위탁할 수 있게 했다. 이어 법무부는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고, 인력 20명(검사 최대 4명 포함)을 증원해 공직 후보자의 평판·음주운전 전력과 같은 사회분야 정보와 재산 내역 등 경제분야 정보를 수집·관리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를 두고 법조계와 관가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포비아(공포증) 현상까지 감지됐다. 검사 시절 정·재계 특수수사에서 이름을 떨친 한동훈 장관이 수사지휘권·검찰인사권·감찰권에 더해 행정 부처 고위 공직자는 물론 고위 법관 후보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검증하는 민정수석 역할을 겸하며 인사 정보를 정권 차원 사정(司正)에 활용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정말 소통령"(김남국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란 비판이 나왔다.


"인사 검증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낸 것…독립성 보장"

법무부는 하루 만에 각종 우려에 관한 일문일답식 설명자료를 통해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은 "대통령실에 집중됐던 인사 추천, 인사 검증, 검증 결과 최종 판단 기능을 대통령실, 인사혁신처, 법무부 등 다수 기관에 분산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음지에 있던 인사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 투명성을 높이고, 그동안 '질문할 수 없었던 영역'이었던 인사검증 업무를 '질문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재배치하는 조치"라고 해명했다.

과거 정권 교체 시 모두 파기됐던 인사검증 자료가, 앞으로는 통상의 부처업무로 재배치돼 '공적자료 보존 원칙'에 따라 보존돼 투명성과 객관성이 제고될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법무부가 인사 검증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1차 실무'만을 담당할 뿐이며, 그 이후엔 대통령실이 최종적인 인사검증을 진행한다"라고도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인사정보관리단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세부 계획도 발표했다. 먼저 개정령안에 따라 '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으로 보임할 수 있는 인사정보관리단장에서 검찰과 법무부 출신은 배제하기로 했다. 인사정보관리단 사무실도 법무부가 아닌 제삼의 장소에 설치하고, 법무부 장관에게 중간보고도 일체 하지 않도록 해 업무의 독립성을 완전히 보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 사무실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축적된 인사정보를 활용해 수사 등 사정 업무에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선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수집·관리하는 정보는 검증 대상자의 동의를 받아 검증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목적 범위를 벗어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며 "법무부 내에 분명한 차이니스월(부서 간 정보교류 차단)을 쳐서 인사검증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는 일이 결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의 그 누구도 인사검증 과정 정보에 대해 일체 접근하지 못하는 지침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법 아니다" 주장에도 정부조직법 위반 지적 여전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법성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법률인 정부조직법상 법무부의 업무 범위가 "검찰·형집행·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에 불과한데, 하위 대통령령인 '공직 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상 인사혁신처의 업무 위탁 대상에 법무부 장관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법무부의 인사 검증 업무를 정당화하는 것엔 위법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다.

법무부는 "행정권한은 필요 시 타 부처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정부조직법 제6조)돼 있다"며 "지난 정부를 비롯한 민정수석실에서도 '정부조직법'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인사혁신처가 대통령 비서실로 위탁하는 방식으로 인사검증 업무를 수행했으며, 이번 인사정보관리단의 업무수행 방식도 동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와 같은 업무위탁이 위법한 것이라면 과거 정부에서 행해진 인사검증도 모두 위법이라는 결론이 되므로 무리한 주장"이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임현동 기자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위탁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위탁을 받을 법률적 자격이 있냐 없냐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법무부의 해명에 대해 "대통령은 행정의 수반이기 때문에 모든 행정 권한이 있고, 대통령 비서실은 그 업무를 보좌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역시 어떤 업무를 위탁받아도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인사검증 관련 권한이 전혀 없는 법무부에 이 업무를 위탁한다는 것은 국회가 법률로써 정해야 하는 입법권을 우회하게 되는 것으로 정부조직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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