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윤석열 대통령에게 '윤종원 국무조정실장 인선 반대' 전달
윤 대통령도 “고심 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새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내정되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여당 내부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여당 원내 지도부가 내정된 장관급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 총리는 윤 행장을 중용하고자 하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국무조정실장 인선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수용·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의힘이 실패한 정책이라 비판했던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한 장본인을 새 정부 요직에 앉힐 순 없다는 당내 기류를 전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국무조정실장은 정부 각 부처 정책을 통할하는 자리”라며 “최소한 차관급 이상 공무원은 정무직 자리인 만큼 자신의 철학과 소신이 맞는 정부에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비서실과 경제 부처에 있는 사람들도 반대 문자가 와서 고심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한 총리에게 “내정된 게 맞다면 잘못된 인사”며 “왜 한 번 일해본 사람하고만 일하려고 고집을 피우시나”라고 반대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한 총리가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일한 윤 행장을 국무조정실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대체 가능한 인사가 없다”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가 대통령실과 교감 없이 장관급 인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행장 내정 전부터 당에선 ‘이건 아니다’란 의견을 냈는데 한 총리가 계속 고집을 하니,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당을 대표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권 원내대표의 우려 전달에 대해 “(당정의) 불협화음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당연한 의견교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 원내대표는 누구보다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분이기 때문에 그 의도에 대해 오해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이 당정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총리실 기자단과 만나 “(윤 행장에 대한) 검증 과정이 아직 안 끝났다. 검증 과정이 스무스하게(원활하게) 끝났으면 좋겠다”며 “최종적으로는 인사권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행장에 대해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냈고,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도 일했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의 대표 이사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복무 이력에 대해선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불려온 사람”이라며 “그 분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오면서 소득주도정책이 포용적 성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윤 행장의 오랜 경제 관료 경험을 강조하면서 윤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됐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고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당과 한 총리의 엇갈린 입장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권 원내대표의 우려 표명에 대해 “당에서야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서도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가 같이 일할 사람인데 대통령실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조미덥·박은경·심진용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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