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용퇴론' 전면화한 박지현..고성 오간 민주당 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5일 ‘586(50대·80년대 학번·60년생)용퇴론’을 포함한 당 쇄신안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선거를 앞두고 내놓을 내용이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박 위원장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당 쇄신을 촉구하면서 당내 신구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이 일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고, 이제 그 역할은 거의 완수했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2022년 대한민국 정치는 586 정치인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격차와 차별,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라며 “586의 남은 역할은 이제 2030 청년들이 이런 이슈를 해결하고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지역구 4선 이상 출마도 약속대로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서 졌는데도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이 민주당을 어떻게 보실지 걱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잘못된 팬덤정치를 끊어내야 한다. ‘검찰개혁 강행만이 살 길이다, 최강욱 봐주자’라는 식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팬덤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는 정치는 죽은 정치”라며 “민주당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렬 지지층, 문자폭탄에 절대 굴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최강욱 의원 징계 절차가 6·1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 데 대해 “비대위의 비상 징계 권한을 발동해서라도 징계 절차를 합당하고 조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전략을 두고는 “현재의 열세를 만회하려면 읍소 전략밖에 없다”며 “서울·경기·인천 시도지사와 선대위원장 공동으로 반성과 성찰, 당 개혁과 쇄신 방안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채택하고 국민 앞에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공개 회의에서 정면 충돌했다.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은 “일부 팬덤의 잘못된 행태를 극복해야 하나, 권리당원의 권리 증진이 있었음을 놓치면 안 된다. 이게 민주정당의 발전상”이라고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지도부 일방, 개인의 독단적 지시에 의해 처리되는 수준의 당이 아니다”라고 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도부로서 자질이 없다” “여기가 개인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라고 각각 말하고 회의장을 떠났고, 박 위원장은 “그럼 저를 왜 여기다 앉혀 놓으셨냐”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위원장은 회의 직후 586 용퇴론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니다”라며 “당 쇄신과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에 당 논의 기구를 만들어 논의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윤 위원장은 “(박 위원장의) 개인 행보에 대해 당이 다 협의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선거 앞두고 불리하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민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일률적인 586 용퇴가 당 인적 쇄신과 개혁에 성공적인 결과를 담보하는지 충분히 논의한 후에 국민에게 말씀드려야 한다”며 “성비위 징계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현명한 결정을 하는 데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서윤 대변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견을 전제로 “본질을 흐리며 단독행동이라 말할 게 아니라, 적어도 선배 정치인이라면, 어른이라면 함께 하지 못함에 대해 부끄러워하셨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박 위원장의 옆에 함께 서겠다”고 밝혔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보통시민의 눈으로 민주당이 어때야 하는지 방향키를 잡기 위해 박 위원장을 모셔왔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목소리일지라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윤 민주당보좌진협의회 회장은 SNS에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고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이길 대안은 있는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본인들은 과연 ‘사과’라도 하셨는가”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SNS에 “저는 국민의 목소리, 청년의 목소리로 민주당을 바꾸기 위해 비대위원장직을 받아들였다”며 “어떤 난관에도 당 쇄신과 정치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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