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몰라요" 길 잃은 자폐아, 40분만에 가족 찾아준 이것

이우림 2022. 5. 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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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실종 아동의 날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어린이집에서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이 어린이들의 사전 지문을 등록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아이인데 전화번호를 모른다고 하네요. 자폐가 있는 것 같아요.”
지난달 9일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에서 한 여자아이가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이(11)는 자폐 증상을 보여 인적사항 파악이 어려웠다. 보호자가 아이를 찾아 헤매다 경찰서로 오기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경찰은 아이를 지구대로 데려가 지문을 활용해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유사도매칭 검색을 했다. 다행히 아이는 지문을 사전등록해둔 상태였고 검색 즉시 신원과 보호자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는 신고가 접수된 지 40분 만에 보호자에게 안전하게 인계됐다.

유사한 사례는 지난 3월 9일에도 있었다. 오후 6시 52분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둔전역에서 “어린아이가 지하철역에서 내복만 입고 혼자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이 추위에 떨고 있던 아이(8)를 발견했지만, 지적장애가 있어 본인의 이름과 주소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번에도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통해 아이의 사전등록 정보를 확인했고, 무사히 보호자에게 인계할 수 있었다.


5월 25일 세계 실종의날…장기실종 아동 941명


아동권리보장원이 2021년 유전자 검사를 통해 33명의 장기 실종 아동을 찾아 가족과 만나게 했다고 지난 12월 23일 밝혔다. 연합뉴스.
25일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한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아동권리보장원이 실종 아동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지문 사전등록과 유전자 등록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찰청에 따르면 실종 아동 신고는 매해 2만명 정도다. 통상 99.6% 정도는 1년 안에 가족을 찾을 수 있지만 0.4% 정도는 미해제 상태로 남아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가족을 찾지 못한 실종 아동은 총 941명이다. 이 중 1년 미만이 70명, 1~5년이 29명, 5~10년이 13명, 10~20년이 44명, 20년 이상 장기실종 아동은 785명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대상자별 사전등록 현황. [경찰청 제공]

이에 정부는 실종 아동의 조속한 발견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용 중인데 지문 등 신상정보를 등록해놓는 사전등록제도가 그중 하나다. 지문 사전등록제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지적ㆍ자폐성ㆍ정신 장애인, 치매 노인의 실종에 대비해 경찰 시스템에 지문과 얼굴 사진, 보호자 연락처 등의 신상 정보를 미리 등록해 두는 제도다. 2012년 7월 1일부터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7조의2)’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등록을 희망할 경우 가까운 경찰서에 신분증과 가족관계 증명 서류를 지참하고 방문하거나, 가정에서 직접 ‘안전드림 사이트’와 ‘안전드림 앱’을 통해 손쉽게 등록할수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대상자별 사전등록 현황을 보면 18세 미만 아동 771만946명 중 459만3591명(59.6%)이, 장애인 35만1435명 중 10만1054명(28.8%), 치매 환자 62만9142명 중 20만4127명(32.4%)이 등록을 완료했다. 경찰청 측은 “아이들의 경우 실종 시 의사능력이 부족하므로 사전등록을 할 경우 정확하고 빠르게 신원을 확인해 가정으로 복귀가 가능하다”라며 “아동의 경우 18세에 도달하거나 보호자가 원할 경우 정보를 삭제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등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연고 장기실종일 경우 '유전자 분석' 활용


지난달 30일 기준 유전정보 채취현황 및 발견 현황 [경찰청 제공]
정부는 무연고 장기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제도로 ‘유전자 분석 사업’도 운영 중이다. 이는 신상정보가 미리 등록되지 않은 채 실종됐을 경우 추후 유전자 정보를 등록해 가족을 찾는 사업이다. 보호시설 등의 무연고 아동과 실종 가족의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장기 실종 아동 등의 발견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 올해 3월에는 1979년(당시 4세) 시장 구경 중 길을 잃어 다른 곳으로 입양됐던 박모(46)씨가 4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사례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헤어진 터라 기억이 전혀 없었던 박씨는 지난해 11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유전자 분석 제도’를 이용하게 됐다. 경찰은 박씨의 유전자를 채취해 실종아동전문센터에 분석을 의뢰했고, 감정 결과 대상자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보호자가 있음을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회신 받았다. 이에 3월 14일 박씨는 어머니와 극적으로 상봉할 수 있었다.

박씨처럼 유전자 분석 사업을 통해 가족과 상봉한 실종 아동은 지금까지 총 68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기준 누적된 유전정보 채취현황을 보면 실종 아동 등의 경우 ▶아동 1만3877명 ▶장애인 2만493명 ▶치매 환자 408명이다. 보호자의 경우 4008명이 유전자 등록을 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검사 제도를 통해 발견된 현황은 ▶아동 425명 ▶장애인 250명 ▶치매 환자 14명이다. 경찰청은 “2020년 1월부터는 외교부와 협업해 14개국 34개 재외공간을 통해 해외로 입양된 무연고 아동의 유전자를 채취, 장기실종자 발견에 활용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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