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화성-17형 등 3발 '섞어' 발사..한미, 미사일 대응사격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유정인 기자 2022. 5. 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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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3월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 등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ICBM ‘화성-17형’ 추정 미사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을 섞어 쏘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핵선제타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확장억제 전력에 ‘핵’을 명시하고 북한 핵 공격에 대응하는 연합훈련과 미측 전략자산 적시 전개를 논의하기로 한 데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는 북한의 이날 도발에 대응해 연합 지대지 미사일 사격을 하는 등 4년 10개월 만에 공동대응에 나섰다.

합참은 이날 오전 6시, 6시37분, 6시42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총 3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발사한 건 ICBM 추정 탄도미사일로 비행거리는 약 360㎞, 고도는 약 540㎞로 탐지됐다. 군 당국은 지난 3월 한차례 실패한 적이 있는 신형 ICBM인 화성-17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의 이날 ICBM 시험 발사는 올해 6번째다. 미사일의 시험 발사 성공 여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1단 추진체 연소가 일정 수준 이뤄졌고, 단 분리도 있었던 것으로 군은 분석했다.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고도는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라고 주장했던 ICBM의 거리·고도와 유사해 북한이 이번에도 정찰위성 목적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화성-17형은 핵탄두 2∼3개가 들어갈 수 있는 다탄두(MIRV) 형상으로, 탄두부에서는 미사일 마지막 단 분리 후 탄두를 제어할 수 있는 후추진체(PBV)가 식별됐다.

두번째, 세번째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미사일은 고도 약 20㎞에서 소실됐다고 합참이 밝혀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760㎞, 고도 약 60㎞, 속도 마하 6.6으로 탐지됐다. 종말 단계에서 풀업(상하기동) 비행 특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정상적인 발사 시 미 본토를 겨냥하는 ICBM과 남한과 주일미군 기지를 사정권으로 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섞어 발사한 것은 한·미·일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섞어 쏘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뒤 워싱턴DC에 도착하기 직전에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7차 핵실험도 임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하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하루 이틀 내 (핵실험) 가능성은 적지만 그 이후 시점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장소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 장치 작동 시험을 하고 있는 것이 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도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NSC를 열고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NSC 이후 별도 성명을 발표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행위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군과 주한미군도 무력 시위에 나섰다. 합참은 “북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엘리펀트 워크 및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 부대는 한국군의 현무-II, 미군의 ATACMS(에이테큼스)를 각 1발씩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공군은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실제 발사에 대비해 F-15K 30여대의 전투기가 무장을 장착한 채 활주로에 전개해 지상활주하는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엘리펀트 워크 훈련은 수십대의 전투기가 최대무장을 장착하고 밀집대형으로 이륙 직전까지 지상활주 하는 훈련이다. 한·미 연합사격과 엘리펀트 훈련 실시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능력을 현시한 것이라고 합참은 설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각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고 한·미 양국의 즉각적 공조와 공동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박 장관은 또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대신과 통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박성진·유정인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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