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오"..이정후가 견제 속에서도 3할을 치는 방법[스경x인터뷰]
이정후(24·키움)는 키움의 3번 타자다. 테이블세터도 4번 타자도 얼굴이 계속 바뀌는 키움의 변화무쌍한 라인업에서 이정후는 거의 유일하게 타순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정후가 현재 키움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타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키움은 개막 전 약체로 평가받았다. 4번 타자 박병호가 자유계약선수(FA)가 돼 떠난 것은 결정적이었다. 이정후와 같이 든든히 지키던 톱타자 이용규마저 최근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기대를 잔뜩 몰고 왔던 빅리거 출신 야시엘 푸이그는 타율 2할 문턱에서 헤매고 있다. 김혜성과 송성문 등이 활약해주면서 키움이 상위권에 있지만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며 견제하게 만드는 타자는 사실상 이정후뿐이다.
이정후가 타석에 서면 수비 시프트가 집중된다.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데 잘 맞은 타구가 잡히기를 반복하면서, 4월에 타율 0.323 4홈런 20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던 이정후는 5월 타율은 0.313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타점이 4개로 확 줄었다. 지난 24일 잠실 LG전에서도 이정후는 잘 친 타구가 두 타석 연속 2루 땅볼로 잡히며 병살타로 절호의 기회를 날렸다. 6회초 1사 2·3루에서 우중간 3루타를 때려 역전 2타점을 올린 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휘두르고 포효할 정도로 마음 속이 답답함으로 차 있었다.
이정후는 “짜증이 났다”고 인정하면서도 끊임 없이 ‘긍정 회로’를 돌리고 있다.
이정후는 시프트에 대해 “잘 쳤는데 잡히고 하면 너무 짜증나고 열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내가 그 쪽으로 안 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럴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을 많이 한다. 투수가 던진 공에 스윙하는 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그 뒤 공이 맞고 나가면서부터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 거기까지 신경쓰면 스트레스 받아서 야구 못한다. 그래서 쓰레기 잘 줍고 착한 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웃었다.
매우 잘 출발했던 4월에 비해 5월 성적이 떨어진 데 대해서도 이정후는 ‘탓’을 하지 않는다.
이정후는 “스트라이크존도 잘 적응했다고 생각하고, 상대 투수들이 나를 견제해 더 치기 힘들어진 상황도 일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다 핑계”라며 “견제는 몇 년 간 계속 받아왔고 우리 선수 몇 명 빠졌다고 견제가 나한테 다 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타격 밸런스가 완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5월에 그렇게 못 쳤다고 해도 시즌 타율(0.319)과 OPS(출루율+장타율·0.848) 모두 리그 10위권 정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이정후는 시즌이 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정후는 “어차피 내 성적은 지금 성적이 아니다. 144경기 다 치르고 난 뒤가 올시즌 내 성적”이라며 “잘 맞은 게 잡히거나 해서 아웃되면 더그아웃 들어오는 순간에는 화가 나지만 바로 수비 나가면서부터는 괜찮아진다. 타자는 수비도, 주루도 있어서 타격 말고도 팀에 도움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타격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부분까지 못하지 않도록 빨리빨리 리셋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슈퍼루키’였고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독식하며 최연소 900안타를 때린 2021년 타격왕 이정후는 머릿속과 마음속부터가 남다르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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