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공안파일 해킹..위구르수용소는 '중국판 삼청교육대'였다
각종 자의적 이유로 수감되고
감시탑에는 기관총과 저격수 배치
재교육센터라는 중국 주장과 상반"
중국 신장의 위구르족 수용소가 ‘탈출을 시도하면 사살하라’는 등의 강압적인 운영 지침에 따라 운영되는 등 대규모 감옥과 다름없음을 보여주는 방대한 내부자료가 공개됐다. 수용소가 위구르족을 위한 재교육센터라는 중국 정부의 기존 주장과 충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둘러싼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의 자료는 24일(현지시각) 미국의 ‘공산주의희생자기억재단’(VCMF)과 영국의 <비비시>(BBC), 미국의 <유에스투데이> 등 14개 언론사에 의해 공동으로 공개 보도됐다. 이들 자료는 중국의 공안당국이 지난 2018년 1~7월 사이에 만든 문서와 사진 등 영상 수만장이다. 공산주의희생자기억재단의 위구르 연구자 아드리안 첸츠 박사는 ‘신장공안파일’로 이름 붙여진 이 자료에 대해 중국 공안의 컴퓨터 서버를 해킹해 입수한 것이라면서도 누가 해킹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비비시>는 이들 자료를 올 초 첸츠 박사로부터 넘겨받아 몇 달 동안 독자적인 검증 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들 신장공안파일에는 수용소에 억류된 위구르족에 대한 ‘머그샷’(신원식별용 얼굴 사진)과 14살 소녀부터 70살 노인에 이르는 수감자 신원 정보를 비롯해 몽둥이와 소총의 사용에 대한 지침, 반항하는 수용자를 제압하는 방법, 수용자가 탈출을 시도하면 즉시 사살하라는 지침까지 들어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이들 수용소에 대해 위구르족들이 자발적으로 직업훈련을 받는 재교육시설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들 자료는 이런 중국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비비시>는 이들 자료에 대해 위구르 정체성과 이슬람 종교 대부분을 표적으로 삼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비비시> 등이 보도를 앞두고 이들 자료에 대한 반론을 요구하자 주미 중국대사관을 통해 “신장 관련 이슈는 본질적으로 인권이나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분리주의의 문제”라며 중국 정부의 단호한 조치로 “이들 지역은 현재 사회적 안정과 조화, 경제 발전을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 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왕원빈은 “신장을 중상모략하는 반중국 세력의 시도”라고 반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5천명이 넘는 위구르족의 사진 자료가 포함됐으며, 이 중 적어도 2884명은 강제수용소에 억류된 수감자로 보인다. 첸츠 박사는 이날 별도로 중국연구 유럽협회(EACS)의 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7년~2018년에 신장 남서부 도시 코나셰헤르 한 곳에서 성인 12%에 해당하는 2만2762명이 수용소나 감옥에 갇혔다고 밝혔다. 이를 위구르-신장 지역 전체로 확대해 계산하면, 위구르 등 터키계 소수민족 120만명 이상이 수용소나 감옥에 수감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이들이 수감된 사유는 석연치 않다. 많은 이들이 단순히 이슬람 신앙을 외부로 표출했거나 무슬림 국가를 방문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끌려왔고, 가족이나 친척이 체포되면 함께 감시받거나 억류되는 연좌제가 적용된 경우도 있다. 어떤 이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슬람에 대한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으로 분류된 뒤 테러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았고, 어머니는 수용소에 수감됐다.
수용소 운영 방식은 이른바 ‘재교육시설’이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에 더욱 물음표를 달게 한다. 내부 수용소 운영 지침에는, 수용소 전역에 무장한 보안을 일상적으로 배치하고 감시탑에 기관총과 저격수를 배치할 것, 또 수감자가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수감자가 병원을 포함해 시설 사이를 오갈 때는 눈을 가리고 수갑과 족쇄를 반드시 채우라는 규정도 있다. 자발적으로 교육받은 ‘학생’에게 적용할 지침이라고 보기 어려운 폭압적 내용이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은 452장에 달하는 문서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여기에는 위구르족 25만여명의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 수용소나 감옥 수용 이유와 기간 등이 일목요연하게 적혀있다. 특히 이들 위구르족이 수감된 이유를 보면 중국 당국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이들을 붙잡아가고 구금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어떤 이는 2010년에 할머니와 며칠 이슬람 경전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7년 뒤인 2017년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또 몇백명이 휴대폰으로 이른바 “불법 가르침”을 들었다는 이유로, 또는 암호화된 앱을 깔았다는 이유로 붙잡혀갔다. 공안의 디지털 감시를 피하기 위해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 수상하다는 이유로 10년형을 받은 이도 있다. 이 밖에도 별것 아닌 사소한 일이 “싸웠다”거나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는 등의 이유로 심각한 테러리즘 행위로 부풀려져, 7년, 10년, 25년형을 받는 일도 수두룩했다.
신장공안파일은 수용소나 감옥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위구르족들에게도 엄격하고 잔혹한 감시가 뒤따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파일에는 위구르족 가족들은 종종 갑자기 호출되어 얼굴 사진이 찍혔다. 사진에 표시된 촬영시간을 보면 이들 위구르족들은 아무 때나 경찰서에 호출되어 사진을 찍혔고, 심지어 한밤중에 호출된 경우도 있다. 이들 사진에 파일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 수용소와 감옥 수감자 사진과 같은 것을 보면, 이렇게 수집된 사진은 화상인식용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고위 당국자들의 ‘비밀’ 직인이 찍힌 비공개 발언 자료도 포함돼 있다. 자오커즈 공안부장은 2018년 6월 신장을 방문해, 남부 신장에만 적어도 200만명이 “극단주의 사상”에 물들어 있다며 이를 다루기 위한 시설 건설과 자금 지원을 해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도력을 칭송했다. 수용소 위그르족 대규모 수용과 인권탄압이 시 주석까지 올라가는 행정 지휘 시스템에서 입안·집행된 것임을 내비치는 발언이다. 천취안궈 신장위구르 자치구 당서기는 2017년 당과 군 간부들에게 “어떤 이들은 5년 재교육으로 부족하다”며 “그들은 풀려나면 다시 문제를 일으킨다. 이것이 신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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