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남태평양 8개국 순방.."미, 대중국 봉쇄 돌파 시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솔로몬제도를 비롯한 남태평양 8개 섬나라를 순방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미국에 맞서 지정학적 요충지인 남태평양 섬나라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2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 태평양 8개국을 공식 방문한다. 또 이 이간 미크로네이사 연방을 온라인으로 ‘가상 방문’ 하며 쿡제도와 니우에 총리 겸 외교장관과는 화상 회담을 한다. 왕 부장은 순방 기간 각국 정부 수반을 예방하고 외교장관들과 회담을 가지며 피지에서는 제2차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 회의도 주재할 예정이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과 태평양 섬나라들의 우호·협력 관계 발전은 양측의 근본적이고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이번 방문은 중국과 관련국간 정치적 신뢰를 높이고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양국 관계의 장기적 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직후 이뤄지는 왕 부장의 남태평양 도서 국가 방문은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과 호주 등 서방국가의 ‘뒷마당’으로 인식돼 온 남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를 공략함으로써 대중국 포위망을 뚫으려는 시도다. 중국은 최근 솔로몬제도와 자국 함정을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를 보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안보협정을 체결했으며 키리바시, 통가, 바누아투 등과도 유사한 협정을 맺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호주 등은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남태평양의 군사 거점 확보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에 공을 들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9년만에 다시 솔로몬제도에 대사관을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왕 부장의 이번 남태평양 순방이 “바이든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들과 특별정상회의를 갖고 한국·일본을 방문하는 등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한 봉쇄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외교 활동이 잇따른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견제하려 하지만 현재 중국의 발자국은 제2도련(사이판∼괌∼인도네시아) 바깥 어디에나 있고 이는 미국의 봉쇄 전략이 먹혀들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면서 “중국은 관련국과의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남태평양 국가들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제2도련 밖에 있다는 지정학적 중요성이 있다”며 이 지역 경제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인프라 협력은 중국이 미국의 봉쇄 전략을 깨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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