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사나이.. SSG 불펜의 '라스트맨 스탠딩'

김태우 기자 2022. 5. 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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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 불펜의 마지막 방파제 몫을 하고 있는 서진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불펜은 올해 부침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굳이 기록을 살피지 않아도, 시즌 전 필승조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 상당수 이탈했다는 점에서 고민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좌완 필승조로 기대했던 김태훈이 구위 저하로 일찌감치 2군에 갔고, 사이드암 전력의 든든한 핵심이었던 박민호 장지훈 또한 역시 구위가 떨어져 2군 조정을 거쳤거나 거치고 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순항했던 마무리 김택형 또한 왼 팔뚝 부상으로 현재 부상자 명단에 있다. 5월 들어 경기가 막판 뒤집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택형의 이탈 후에는 정형화된 투입 시점도 상당 부분 깨졌다.

고효준과 조요한이라는 새로운 필승조가 가세했지만, 빠져 나간 전력이 더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SSG 불펜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다. 마지막 방파제로 서진용(30)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의 자리에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서진용은 SSG는 기존 선수들이 구위를 되찾고 돌아올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기록 이상의 가치다.

사실 최근 5년 동안 SSG 불펜에서 서진용처럼 눈과 비, 그리고 소나기를 많이 맞아본 선수도 없다. 팀 불펜에서 가장 기대가 큰 선수였기에 그랬다. 많은 이들이 강력한 패스트볼과 포크볼로 무장한 이 선수가 팀의 9회를 수호하는 클로저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벽을 넘지 못했다. 두 번이나 마무리 승격 기회에서 흔들렸고, 좋았던 구위가 9회에는 나오지 않아 탈락의 쓴맛도 봤다.

어쩌면 가장 시련이 많았던 선수고, 가장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던 선수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묵묵하게 공을 던졌고, 멘탈도 달라졌다. 올 시즌에도 24일까지 시즌 24경기에서 25⅓이닝을 던지며 3승2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 중이다. 개인 최고 시즌인 2019년(33홀드)과 비슷한 비율 성적이다. 다만 당시는 하재훈 김태훈이라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던 반면, 올해는 스스로가 최전선에서 버티고 있다는 게 다르다.

김원형 SSG 감독도 “서진용이 지금 자연스럽게 마무리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 원정(5월 10일~12일)부터 공이 좋아졌다. 스피드를 올리는 과정이었다”면서 “구속도 3㎞ 정도 올라왔고, 구속이 나오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제구도 괜찮다. 속구와 변화구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구속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 있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몸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포크볼은 물론 슬라이더까지 던지며 잘 버텼다. 140㎞대 초반의 구속으로도 타자들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건 개인적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구속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무기인 포크볼의 위력도 빛을 발하고 있다.

서진용은 “초반에 팔 뒤의 스윙에 신경을 썼는데, 요즘에는 아예 뒤를 짧게 하고 자연스럽게 회전하는 쪽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보이는 것과, 던지는 것 모두 편해진 것 같다”면서 “초반에는 슬라이더도 던졌는데 요즘 패스트볼 구속이 올라오다보니 두 가지 구종(패스트볼‧포크볼)으로도 타자들과 상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시즌 초반을 돌아봤다. 다만 마무리 욕심은 없다고 했다. 서진용은 “세이브보다는 올해 통산 100홀드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웃어보였다.

마무리 보직에서의 실패로 비판을 많이 받은 탓에 약해보이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서진용은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불펜투수다. 서진용처럼 오랜 시간을 꾸준하게 던진 투수도 몇 없고, 그 과정에서 좋은 결과까지 낸 선수는 더더욱 없다.

실제 2019년 이후 서진용은 총 224경기에 나가 221⅔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이 기간 리그에서 서진용보다 더 많은 등판을 한 불펜투수는 주권(kt‧229경기)이 유일하고, 더 많이 던진 투수는 정우영(LG‧226⅓이닝)이 유일하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한 이 기간 구원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6.48로 고우석(LG‧8.74), 정우영(7.65), 김재윤(kt‧7.38)에 이어 리그 4위다. SSG 불펜에서는 단연 최고다. 가치는 조금 더 인정을 받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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