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서 돈다발이.." 피해자 도우려다 피싱 수거책 잡았다

"요새 현금을 저렇게 많이 갖고 다니는 사람은 드문데 이상하네."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건물 관리인으로 일하는 50대 박 모 씨는 지난달 1일 오후 5시쯤 근무 중 건물 입구로 들어서던 60대 남성 A씨를 지켜보며 수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A씨가 비상계단을 통해 인적이 드문 건물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더니 메고 있던 백팩에서 5만 원권 지폐 다발을 가득 꺼내 세기 시작한 것입니다.

박 씨는 현금다발을 몰래 세어보는 A씨의 모습에 의구심을 느껴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A씨는 이내 건물 1층에 있는 현금인출기(ATM)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가 한참 동안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현금을 송금하는 것을 보고 박 씨는 순간 그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라는 의심이 들어 112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송금 중이던 A씨를 상대로 조사해보니 그는 피해자가 아닌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A씨가 속한 보이스피싱 조직 일당은 검사를 사칭해서 피해자의 계좌가 범행에 이용돼 조사가 필요하다고 속여 670만 원 상당을 받아 챙기려고 했습니다.

수거책이었던 A씨는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받아 일당에게 입금하는 과정에서 박 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것입니다.

박 씨의 신고 덕분에 피해자는 A씨가 이미 송금한 100만 원을 제외한 57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원중부경찰서는 오늘(25일) 박 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해 표창장과 신고 보상금을 전달했습니다.

'피싱 지킴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에게 부여하는 명칭입니다.

경찰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려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