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물줄기서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나온다

이한나 2022. 5. 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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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출신 라파 실바레스 개인전
페레스 프로젝트 서울점서 열려
라파 실바레스_Love fever_2022 [사진 제공 = 페레스프로젝트]
빨강과 파랑 강렬한 색의 대조. 차가운 기계와 굴곡진 흐름이 교묘하게 조화롭다.

매끈하고 파란 광택의 자동차가 충돌하면서 폭발하는 절정의 순간을 만화적으로 표현했다. 밝은 붉은색 액체가 분출되어 흘러나오고 스며들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디지털 프린트겠지 의심하던 찰라 굴곡 사이에서 매끈한 붓질이 포착된다. 브라질 태생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 라파 실바레스(38)의 대형 작품 'Love Fever’(2022년·210㎝×210㎝)다.

그의 작품 5점을 선보이는 국내 첫 개인전이 7월 1일까지 서울 신라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있는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점에서 열린다. 이 작품에서 비롯돼 전시 제목도 '에어백(AIRBAG)'이다. 에어백처럼 에너지를 흡수한 캔버스 표면이 미지의 형태를 은유하고 기계장치의 작동도 시사한다.

라파 실바레스_Troca de calor (heat exchange) 2022 [사진 제공 = 페레스프로젝트]
실바레스는 현대 도시에서 익숙한 무생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포착해 의인화하는 작가다. 물이 틀어진 수도꼭지나 김을 내뿜는 파이프, 불 붙은 프라이팬 등은 인간 개입 없이도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보인다. 삭막한 기계들은 생동감 넘치는 색과 부드러운 그라데이션 물줄기 이미지와 병치돼 묘한 긴장감 속에서 유쾌한 분위기를 낸다. 불안한 상태 속에서 정서적 해방도 추구하는 듯 싶다. 구상화처럼 보이지만 건축적이고 기하학적이다.

최근 서울점을 새로 열며 대표 작가들 그룹전을 펼쳤던 독일 베를린 기반 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가 실바레스를 첫번째 개인전 작가로 내세웠다. 최근 열린 '아트부산'에서도 강렬한 색감으로 시선을 끌어모은 작가다.

페레스프로젝트 서울분관 개점에 맞춰 방한한 하비에르 페레스 대표가 라파 실바레스의 작품 `Tres marias`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한나 기자]
전시에 맞춰 방한한 하비에르 페레스 대표는 "실바레스는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가 그렸던 세계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작가가 감정적으로 분출하는 에너지를 표현하는 방식이 현대의 새로운 정물화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듣고보니 그림에서 러시아 미래주의나 구성주의 느낌도 물씬 났다.

다만 에어브러시나 스프레이도 쓰지 않고 손수 유화물감으로만 그리는 작품이어서 작가는 1년에 그림 20점을 완성하기도 버겁다고 한다.

페레스 대표는 쿠바 출신이지만 스페인과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거주하고 미국 워싱턴 DC에서 유학하는 등 코스모폴리탄으로 살았다. 그는 "서울점이 아주 특별한 공간에서 출발해 아주 만족한다"며 "새로운 미술 시장에 대한 호응이 뜨거운 한국 고객들에게 베를린과 밀라노에서 실시간으로 동시대 작가를 소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조부모가 컬렉터였던 영향으로 어릴때부터 후안 미로, 파블로 피카소 작품을 집에서 보면서 자랐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본인도 결국 변호사를 하다가 2002년 베를린에서 갤러리를 설립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면서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분관을 열었다. 베를린 등에 작업실 12곳을 두고 주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한국 작가도 연내에 선정해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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