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5월은 아니지만.." 이정후는 리셋하는 법을 안다[SS스타]

윤세호 2022. 5. 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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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을 딛고 사이영상을 수상한 너클볼 투수 R.A 디키는 야구를 두고 "후회를 관리하는 게임"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한 경기마다 리셋, 그리고 한 경기 중에도 매 타석 리셋하는 게 중요하다. 만일 내가 4타수 무안타여도 마지막 다섯 번째 타석에서 결승타를 칠 수도 있는 일이다. 마인드를 리셋하지 않고 전타석 못한 것만 생각하면 다음 타석도 못할 수밖에 없다"며 "타석에서 안 되도 수비와 주루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면은 타자가 투수보다 좋다. 매 순간 실패를 리셋하고 경기 후에도 리셋한다"고 후회를 관리하는 자신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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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3번타자 이정후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2사후 타석에 들어서 내야땅볼로 물러나고 있다. 2022.05.24.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역경을 딛고 사이영상을 수상한 너클볼 투수 R.A 디키는 야구를 두고 “후회를 관리하는 게임”이라고 했다. 투수로서 타자에게 안타, 혹은 볼넷을 내주고 점수를 허용할 때마다 깊은 후회를 하지만 이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10번 중 7번은 실패한다. 아무리 좋은 타구를 날려도 야수 정면으로 향하면 아웃이다. 야구는 어떤 종목보다 실패가 빈번하게 기록된다. 여러모로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

그래서 멘탈이 중요하다. 신체적인 기량은 물론,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키움 슈퍼스타 이정후(24)는 5월 슬럼프 속에서 후회를 관리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4일 잠실 LG전에서 팀 승리를 이끈 결승 3루타를 터뜨렸음에도 수차례 “리셋”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시작이 강렬했기에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이정후는 4월 한 달 동안 타율 0.323 OPS(출루율+장타율) 0.898로 활약했다. 완전한 투고타저 흐름에서도 이정후는 예외였다. 4월에 기록한 안타 31개 중 장타가 11개(2루타 7개·홈런 4개), 그리고 20타점을 올렸다. 득점권 타율 0.400로 그야말로 영양가 만점이었다.

그러나 5월 타율 0.313 OPS 0.776으로 타격지표가 내려갔다. 장타율이 0.521에서 0.403로 떨어졌고 득점권 타율도 0.214로 하락했다. 이정후는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경우가 많다. 한화전에는 시프트에 걸렸다”고 아쉬운 순간을 돌아보면서도 “내가 따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타자가 할 수 있는 것은 투수의 공을 잘 보고 스윙하는 순간까지다. 공이 맞는 순간 이후부터는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쓰레기 많이 줍고 착한 일 많이 하면서 잘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마냥 답답함을 숨기려 하지는 않았다. 이정후는 “기대했던 5월은 아니다. 사실 4월에 좋아서 5월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5월부터 결과가 나오지 않다보니 나도 모르게 위축됐다. 3루타 이전 타석에서도 잘 맞았다고 생각한 타구가 병살타가 되면서 내 자신에게 짜증도 많이 났었다. 그래서 3루타 순간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키움 3번타자 이정후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6회초 1사 2,3루에서 2타점 역전 3루타를 터트린 후 환호하고 있다. 2022.05.24.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야구에 일확천금은 없다. 끝내기 안타를 쳐도 144경기 중 한 경기일 뿐이다. 선수는 한 시즌 144경기를 기준으로 평가 받는다. 이정후도 이를 잘 안다. 그래서 5월 고전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그는 “선수의 성적은 정규시즌 6개월 동안 144경기를 치러야 나오는 것”이라며 “그래도 작년에 안 좋았을 때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4, 5경기 연속으로 무안타에 그친 적도 있었다. 올해는 어떻게 안타 하나 씩은 나온다. 안 좋을 때 이정도 나오는 것에 위안을 삼는 게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꾸준한 성찰 끝에 내린 답안은 ‘리셋’이었다. 최대한 감정기복을 줄이고, 매일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게 해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후는 “한 경기마다 리셋, 그리고 한 경기 중에도 매 타석 리셋하는 게 중요하다. 만일 내가 4타수 무안타여도 마지막 다섯 번째 타석에서 결승타를 칠 수도 있는 일이다. 마인드를 리셋하지 않고 전타석 못한 것만 생각하면 다음 타석도 못할 수밖에 없다”며 “타석에서 안 되도 수비와 주루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면은 타자가 투수보다 좋다. 매 순간 실패를 리셋하고 경기 후에도 리셋한다”고 후회를 관리하는 자신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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