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복귀 두경민, 트러블 메이커 오명 씻어낼까?
두경민(31·184㎝)이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떠나 친정팀 DB로 복귀한다. 계약 기간은 4년, 보수는 5억원으로 지난해 6월 DB와 가스공사간에 있었던 '두경민↔강상재·박찬희' 트레이드 이후 1년 만에 다시 원소속팀으로 돌아오게 됐다. 간판스타 허웅(29‧185.2cm)을 놓친 DB 입장에서는 자팀에서 데뷔했던 두경민을 다시 품에 안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좋은 차선책이 됐다는 평가다.
사실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두경민 입장에서 이번 자유계약(FA) 시장에서의 결과는 썩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대어급으로 분류됐던 선수들 중 가장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친정팀으로의 복귀라는 명분이 있기는 했으나 DB와의 계약을 맺은 배경 역시 두경민으로서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을 것이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FA시장이다는 평가를 반영하듯 다른 대어급 선수들 같은 경우 여러 곳에서 경쟁이 붙으며 마지막까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두경민 만큼은 그러한 열기 속에서 제외된 듯한 분위기였다. 친정팀 DB는 지난해 있었던 트레이드를 통해 두경민이 아닌 허웅을 차세대 프랜차이즈로 선택했다. 이번 FA시장에서도 당연스레 허웅 재계약을 우선 순위로 뒀다. 만약 바라던 데로 허웅을 잔류시켰다면 두경민 영입은 없던 일이 되었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는 실력 외적인 부분도 큰 이유로 작용했다. 경희대 시절 두경민은 김민구, 김종규에 이어 넘버3로 불렸다. 하지만 공수에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는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팀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도움도 될 것이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DB에 입단할 당시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궂은일을 잘하는 살림꾼 역할을 통해 공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살림꾼보다는 자신 위주로 움직이는 플레이를 선호했다. 여기에 더해 본인에 대한 프라이드가 워낙 강하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게 있으면 경기장에서까지 티가 확 나는 등 좋지 않은 쪽으로 개성이 드러났다. 그로인해 코칭스탭 및 동료들과도 갈등이 빈번했고 이는 DB는 물론 한국가스공사에서도 이어졌다고 한다. 거침없는 성격과 입담으로 인해 코트 밖에서도 크고 작은 이슈를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두경민에 대해서 ‘팀내 분위기와 결속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선수다’, ‘이기적이고 자기애가 너무 강하다’는 등 좋지않은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수도권 선호 루머와 함께 각 구단들이 우선 순위에서 두경민을 빼놓은 결정적인 이유다. KBL판 카이리 어빙같은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서울 삼성과 계약기간 3년, 보수 총액 7억 원(연봉 4억 9,000만원+인센티브 2억1,000만원)에 일찌감치 계약을 마친 이정현(35‧190.3cm)과도 비교된다. 이정현은 전성기가 지나 노장으로 들어선다는 점에서 불리한 요소가 많았음에도 FA시장에서 인기가 나쁘지 않았다. 순수하게 현재의 기량만 놓고보면 두경민이 밀릴게 없어보이지만 두선수를 바라보는 각팀들의 시선은 달랐다.
이정현을 탐내던 팀들은 아직은 쓸만한 기량과 더불어 특유의 리더십과 후배들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높게 샀다. 온볼 플레이어이기는 하지만 뛰어난 BQ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동료들을 살리는 패싱게임에도 능하며 무엇보다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준다. KCC시절에도 많은 후배들이 믿고 따랐던 이른바 듬직한 형이었다. 팀 체질개선이 필요했던 삼성 역시 새로이 영입한 이정현이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베테랑의 품격이 어떤것인지 몸소 보여준 좋은 사례다.
물론 두경민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각종 트러블이나 루머는 번지는 과정에서 좀 더 안 좋은 쪽으로 과장되는 경우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두경민은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좋지못한 이미지를 털어버릴 필요가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팀에 공헌하면서 DB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하면 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처럼 빼어난 활약으로 하락세 DB의 에너지 레벨을 높혀 줄 수 있다면 허웅에게 쏟아졌던 환호가 본인에게 오지말란 법도 없다.
올시즌 DB는 허웅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을 8위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마쳤다. 다음시즌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세가 떨어져 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김종규(30‧206.3cm), 강상재(28·200㎝)라는 국가대표급 토종빅맨을 둘이나 보유하고 있지만 제대로 시너지가 나지않았다.
가드와 빅맨은 실과 바늘같은 관계다. 각각의 호흡이 잘맞게되면 1+1이 아닌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두경민의 포지션은 1번이다. 정통적인 포인트가드는 아니지만 공격적으로앞선을 휘저으며 기세를 가져가는 돌격대장 스타일의 듀얼가드다. 한창 좋았을 때의 기량을 꾸준하게 보여주면서 김종규, 강상재까지 살려준다면 DB도 충분히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다.
과연 두경민은 이번 FA시장에서의 저평가를 경기력으로 뒤집어 놓을 수 있을까. 개인 뿐 아니라 DB구단과 팬들 역시 간절히 바라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유용우 기자,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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