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환 "리듬·템포 훌륭한 '범죄도시2', 붐 일어났으면"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영화 '범죄도시'의 장이수(박지환)는 유일무이한 신스틸러 그 자체였다. 첫 등장부터 마석도(마동석)와 범상치 않은 호흡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더니 장첸(윤계상)과 팽팽한 기싸움으로 긴장감을 더했다. 짧고 굵은 활약 끝에 장첸 손에 퇴장한 줄 알았던 그가 살아 돌아왔다. 배우 박지환(42)은 "친구들과 마지막 방학을 즐기듯 신나게 놀았다"며 기분 좋은 소회를 밝혔다.
'범죄도시2'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를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로 2017년 6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청불 영화 흥행 톱3에 등극한 '범죄도시'의 후속작이다. 이번엔 가리봉동 소탕작전 4년 뒤를 배경으로 한층 탄탄해진 세계관을 선보인다.
"2편으로 넘어오면서 리듬, 속도, 템포 더 훌륭해진 것 같아요. 모든 면에서 가속이 붙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전편의 인기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이미 사랑 받은 역할을 다시 한번 연기해야 하니까요. 연극도 앵콜 공연이 가장 두렵거든요. 어떻게 버전업해서 보여드릴지 고민해야 하는데 '범죄도시2'가 그런 느낌이었어요. 근데 막상 하기로 마음먹으니 행복했어요. 살면서 장이수 같은 인물을 또 언제 만나겠어요."
이수파 두목 출신 장이수는 가리봉동 사건 이후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직업 소개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불쑥 찾아와 불편하게 하는 마석도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이번 소탕 작전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다.
"인간적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대본에서 그런 냄새가 났거든요. 감독님이랑 의논하면서 '절실함에 집중하자'고 했어요. 전편에서 보여줬던 장이수의 유머가 있지만, 그 안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전달해야 후반부에도 힘이 실릴 것 같았어요. 처음엔 단순히 돈가방을 배달하는 역할로만 보일 수 있는데 '장이수라면 돈에 욕심을 내지 않을까?' 상상하니 쾌감 이상의 긴장감이 더해졌죠. 가벼워보이는 대사 하나라도 모래주머니에 채운 듯한 무게감에 유쾌한 리듬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범죄도시'는 액션부터 드라마,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한국을 대표하는 범죄 액션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았다. 특히 주먹 한 방으로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괴물형사 마석도를 중심으로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수많은 유행어와 패러디를 탄생시키며 '범죄도시' 시리즈의 시그니처로 사랑받고 있다. 박지환은 유머를 녹여낸 차진 대사는 물론 장이수의 애환까지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순간의 재미에만 집중하면 이야기가 안 쌓여요. 장이수가 등장하는 극 중반부터는 끝까지 달리는 힘이 필요한 구간이거든요. 장이수의 재기 욕망에서 오는 코미디를 중심으로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고 했어요. 사실 저는 계획대로 하는 것보다 상대방과 만났을 때 예측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나오는 새로운 걸 좋아해요. 그래야 훨씬 살아있는 리듬이 나와요. 그런 면에서 '범죄도시' 팀은 안정적이었어요. 특유의 현장 문화가 있는데 일단 되게 평화로워요. 처음 들어온 배우도 뭔가 더 거침없이 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고 역량을 터트리게 해줘요. 저도 제가 상상했던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어요."
마치 한 몸처럼 호흡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범죄도시2'의 흥행키로 꼽힌다. 박지환은 마동석과 전편을 잇는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가 하면, 새롭게 합류한 손석구와는 뜻밖의 시너지로 재미를 더했다. 그 배경엔 '범죄도시' 특유의 자유로운 현장이 있었다.
"마동석 선배님은 본인 연기도 바쁠텐데 수많은 것들을 챙기는 분이에요. 근데 어느 것 하나 거칠게 다루지 않아요. 선배님 덩치가 괜히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품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이 안 돼요. 부딪히면 아프게 생겼는데 24시간 안겨 있어도 부드러워요.(웃음) 선배님과 함께라면 못할 연기가 없다고 느껴요. 제가 좀 도발해도 즐겁게 받아주시고 앞으로 영화를 100편, 1000편을 해도 매번 새로운 게 나올 것 같아요. 손석구 배우 역시 굉장히 놀랐어요. 첫인상은 그냥 나들이 나온 선비 같았는데 나중에 분장 버스에서 웬 시커먼 표범 한 마리가 나오더라고요. '저 배우는 지금 미쳐있구나' 싶었어요. 본인만의 리듬이 정확해서 정말 존경하고 좋아해요."
5월 극장가는 '범죄도시2'로 뜨겁다. 영화는 지난 18일 개봉 이후 단 일주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 최단기간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범죄액션, 코미디의 장르적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연출에 속도감 있는 전개, 단순명료한 메시지, 배우들의 호연까지 제대로 갖춘 흥행 공식이 관객들 사이를 제대로 파고든 덕이다. 극장가엔 모처럼 활기가 돈다. 박지환은 "목숨 걸고 촬영한 만큼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1편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시대를 역행한 것 같은, 완벽하게 낯선 느낌이 있었어요. 보통의 시나리오와는 분명 템포부터 달랐죠. 2편에서는 '범죄도시'만의 특징에 약간 투박하고 날 것 같은 매력이 더해져서 완전 이상한 문법인데 진짜 재밌는 영화가 됐어요. 이제 정말 1편과의 비교는 무의미한 것 같아요. 관객분들 사랑에 정말 행복합니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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