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조수빈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출간.."소중한 것 놓치지 말길"

공영주 2022. 5. 2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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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완벽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인생은 여기저기서 2프로씩 부족한 내가 모여 균형을 이뤄가는 과정이더라고요."

40대 길목에 들어선 아나운서 조수빈 씨는 지난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서울대 졸업에 미스유니버시티 입상, KBS 사상 한국어능력시험 최고 득점 이력의 소유자. KBS '뉴스9' 앵커에 이어 현재는 채널A 메인 뉴스 '뉴스A'를 맡고 있는 20년차 방송인에게 '부족'이란 단어가 나오다니. 그의 첫 에세이집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를 읽기 전까지는 잘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털털한 옆집 언니 같은 조수빈 씨가 담겨있다.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20대, 공영방송 메인 앵커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으면서도 풀리지 않는 고민에 속앓이를 하던 그의 30대 시절 에피소드는 '솔직담백' 그 자체다.

조수빈 씨의 글은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공감의 힘을 가졌다. 사랑의 쓴맛을 겪고 상심에 빠졌던 시절, 실수 많았던 사회초년생 에피소드, 임신 중 우울증을 겪어 힘들었던 순간들에 관한 고백을 보면 '이거 내 이야기인가?' 싶다.

에세이 출판 계획은 십여년 전 쯤부터 했지만, 출산과 육아 등으로 미뤄졌다가 드디어 세상에 빛을 봤다.

조수빈 씨는 최근 YTN star와 인터뷰에서 "20대 때 영화 잡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퇴고하고, 새로 집필한 원고들을 추가해 엮었다. 원래 글들은 지금 내용과는 톤이 많이 달랐다. 속칭 잘 나가던 미혼 아나운서 시절에 쓴 글들이라 사랑과 일 이야기가 많았는데 결혼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며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기에 수정과 업데이트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 시절에 속한 이는 깨닫지 못할 것이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얼마나 빛나는지를. 그러니,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_<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중에서

책 제목은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명언이다. 조수빈 씨는 "방송 생활 20년을 정리하고 보니 좋은 일과 힘든 일은 늘 있었다. 그때는 곧 죽을 것 같이 힘들었는데 그 시간이 쌓이니 지금의 내가 되더라. 청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전했다.

또 "일하며 '번 아웃'이 와서 결혼을 했다. 방송 초반부터 뉴스, 교양만 하다보니 예능을 해보고 싶단 생각도 잠시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능 MC가 아닌 뉴스를 오래한 경력이 지금의 '앵커 조수빈'을 만들었다고 했다.

라디오에도 남다른 애정이 있다는 그는 24살 KBS 신입으로서 강릉에서 했던 라디오 DJ 경험이 인생의 자양분이 됐다고 전했다. 조수빈 씨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라디오 진행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의외로 뉴스가 아닌 KBS '글로벌 정보쇼 세계인'이란 답이 돌아왔다. 조수빈 씨는 "큰 아이를 키울 때 맡았는데 오래 방영하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회사에서 준 엄청난 기회였다. 90분 짜리 방송을 단독으로 맡았던 거다. 지금이라면 기회의 소중함을 알고 정말 열심히 할텐데 그땐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이것 역시 청춘이라 깨닫지 못했던 거다. 제 노력에 비해 크고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난 어떻게 했을까? 입도 뻥끗 못 하고 건강 때문에 일을 줄인다며 스스로 하차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는가? 며칠 뒤에 그 스태프가 다른 프로로 자리를 옮겼다. 난 이미 그만둔다고 말해서 후임까지 정해졌는데! 사실 난 그 프로를 엄청 좋아했지만,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헐._<15년 만에 평생직장 관두고 느낀 것들> 중에서

책에는 그의 퇴사 이야기도 나온다. 직장에서도 에이스라 순탄한 코스만 거쳤을 것 같은 그에게 남모를 속앓이도 있었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회사와 잘 이별하는 법'은 어디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인생 노하우다.

조수빈 씨는 인터뷰에서 "두 아이 엄마가 되자 점점 일에 집중이 어려웠다. 가정에 충실하고픈 마음 반, 일에 계속 도전하고픈 마음 반이었다. 도박 같은 퇴사였다"고 말했다.

또 "워킹맘으로서는 운 좋게 주말에만 채널A 방송을 하고 있다. 하지만 KBS 퇴사 당시 영원히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단 두려움이 있었다. 가정을 위해선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방송이 정말 하나도 안 들어오면 혼자 유튜브라도 찍을거야'란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사회적 성취만 쫓다 보면 놓치는 게 생겨요. 전 가까운 사람들, 즉 가족한테 인정받는 순간이 가장 좋습니다. 제 책에 코로나19 초기에 대구 경산에서 아버지 대신 마스크 줄을 서려다 사망한 정유엽 군 유족 이야기가 나와요. 유명한 사람 보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제가 깨달은 건 너무 한 가지에만 올인하진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사회적에서나 가정에서나 조금씩 부족한 면이 어우러져 우리 인생을 만들어갑니다."

향후 20년 뒤 조수빈 씨는 또 어떤 모습일까.

"미국처럼 '전기 전문 작가'를 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 처럼 누구를 추앙만 하거나 또는 비판만 하는 게 아니라 한 인물을 객관적으로, 입체적으로 다루는 거요. 지금 하는 제 유튜브 채널에서 언젠가 인터뷰 컨텐츠를 다뤄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나중에 제가 할머니가 돼서 밀라논나 씨처럼 멋진 실버 유튜버가 될지 누가 알겠어요?"

[사진=파람북, 조수빈 제공]

YTN star 공영주 (gj920@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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