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 길 먼 우주전담조직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항공우주청' 설립 준비가 속도를 내고 있는 듯하다. 경남에서 설립 태스크포스(TF)는 물론 실무회의, 법률·행정적 검토에 이어 우주산업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용역 준비도 착착 이뤄지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최근 대전시가 마련한 '우주정책 전략수립 용역 최종보고회' 결과에 시선이 쏠린다. 효율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우주'와 '항공'을 통합하지 말고 분리해야 한다는 제언과 함께, 역시나 "최적의 입지는 대전"이라는 '최적지론'이 재차 거론되며 대전 설립 당위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미 알려진대로, 대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우주 관련 핵심 출연연이 대거 몰려 있다. 인근 세종시엔 국무총리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위치해 사천보다 우주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데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총평이다. 국토 중심지인 대전은 수도권이나 항공우주산업 도시인 경남 사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 등 주요 도시간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항우연 원장 출신의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미항공우주국(NASA)도 산업계가 아닌 행정기관이 집적된 워싱턴 D.C에 있다"며 "우주보단 '항공'에 방점이 찍힌 사천에 우주전담조직이 설립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사천에 항공우주청이 신설된다고 해서 우주정책 기능이 부실하다거나, 대전에 설립된다고 해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담보된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입지 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우주 전략과 전문적인 정책 기능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 지 여부다. '대전이냐 사천이냐'를 놓고 지역 간 논쟁이 격화되며 당초 주의 깊게 새겨야 할 우주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더 집중 조명되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미 사천행이 확정됐지만, 추후 정부 협의와 입법 과정에서 '우주청'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일 게 분명하다. 설립지가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비전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우주청이 갈 길은 아직 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청의 효율적인 정책 기능, 관련 부처와 기관간 원활한 협업이 가능한 곳에 위치해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논의가 계속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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