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기업' 尹정부에 화답.. 재계, 미래 먹거리에 588조 '통큰 투자'

우상규 2022. 5.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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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5년간 450조 규모·8만명 채용
현대차, 2025년까지 63조 국내 투자
롯데 37조·한화 38조.. 계획 잇달아
국내 76개 기업 '新기업가정신' 선언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육성 등을 위한 58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24일 잇따라 내놓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안보동맹에서 경제안보·기술 동맹으로 확대해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 날개를 달아주자 이에 화답하고 나선 모양새다.

삼성은 관계사와 함께 향후 5년간 국내 360조원을 포함해 450조원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기술)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지난 20일 한·미 정상이 나란히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첨단 시설을 둘러본 지 나흘 만에 나온 대규모 투자 발표다. 양국의 ‘반도체 동맹’ 강화와 윤석열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 규모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금액(330조원)보다 120조원 늘어난 것이다. 국내 투자액도 지난 5년간(250조원)보다 110조원 증가했다.

삼성은 청년 고용을 위해 향후 5년간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는 107만명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기아·모비스도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3사는 차세대 전기차,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해 ‘그룹 미래 사업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 철강, 건설 등 그룹사까지 합하면 전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주요 기업들은 588조원 규모를 투자해 미래 먹거리 등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스1
롯데는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국내사업에 37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37조원 가운데 41%가 신사업과 건설, 렌털, 인프라 분야에 집중 투입된다.

한화그룹도 향후 5년간 미래 산업 분야인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국내 산업에 20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5년간 2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굴지의 대기업부터 우아한형제들과 마켓컬리 등 유망 스타트업까지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76개 기업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 모여 ‘신(新)기업가정신’을 선언하고 관련 협의체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날 강연에 나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의 새로운 위기와 과제 해결을 위해 기업도 새로운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경제계의 동참을 주문했다.

◆삼성 “반도체 초강국·바이오로 제2 반도체신화 구현”

삼성이 24일 발표한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라는 제목의 45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은 ‘미래 먹거리’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하고, 바이오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고,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통신인 6G(6세대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도체 초강대국… 3대 분야 모두 1위로

삼성은 현재 1위인 메모리는 초격차를 확대하고, 팹리스(설계)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도 강화하기로 했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에서 1위가 되면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우선 지난 30년간 선도해 온 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초격차’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최근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메모리업체의 성장이 위협적이지만 삼성전자는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추격을 따돌릴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D램시장 점유율은 43.9%로 세계 1위였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5G·6G 통신모뎀 등 초고속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등 4차 산업혁명 구현에 필수 불가결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센서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GAA(Gate-All-Around) 등 차세대 생산 기술을 적용해 3나노 이하의 제품을 조기에 양산하고 차세대 패키지 기술 확보로 연산칩과 메모리가 함께 탑재된 융복합 솔루션을 개발해 업계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의 2025년 시장 규모는 4773억달러로 메모리반도체(2205억달러) 시장 규모의 2배를 넘는다.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차세대 핵심기술 주도권 확보

삼성은 바이오산업에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 갈 계획이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양대 축으로 삼아 성장해 왔는데 현재 건설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이 완료되면 CDMO 분야 생산능력은 62만ℓ로 압도적 세계 1위로 도약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어 5·6 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공격적 투자와 생산 기술 역량 고도화로 ‘CDMO 생산량 1위’를 넘어 ‘압도적 글로벌 1위’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바이오시밀러 위주의 파이프라인을 확대·고도화하고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기반을 굳건히 다질 계획이다.

삼성은 AI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은 전 세계 7개 지역의 글로벌 AI 센터를 통해 선행기술 연구에 나서는 한편 인재 영입과 전문인력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국내 신진연구자의 혁신적인 AI 연구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도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삼성은 6G 핵심기술 선점 및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통신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6G는 5G보다 50배 빠른 기술로 초실감 확장현실(XR),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의 서비스를 실생활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전환, 초격차 혁신의 기반기술로 평가된다.

이날 삼성은 반도체와 바이오, 신성장 IT 등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프로그램 규모를 올해부터 연간 2300명으로 확대해 2025년까지 총 7000명을 추가로 교육하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중학생을 위한 ‘드림클래스’ 프로그램 등 사회공헌활동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뉴시스
◆현대차 3사, 전동화·친환경사업 고도화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에 63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것은 국내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앞서 발표한 대미 투자액 105억달러(약 13조원)의 5배에 가까운 금액으로, 한국이 그룹의 미래 사업 중심지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대규모 투자금은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신규 사업과 기존 내연기관차 관련 사업에 집중된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는 우선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친환경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순수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라인 증설 등을 추진한다.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 추진에는 8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투자액의 절반 이상인 38조원은 내연기관차 등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쓰인다. 이는 2025년 현대차·기아 전체 판매량의 8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연기관 차량 고객과 부품 협력사를 위한 것이다. 고객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연관 부품사들에도 전동화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미래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한 수익성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발표는 105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신규 투자 발표 후 이틀 만에 나온 것으로, 투자 규모는 5배에 이른다. 미래 사업의 중심지인 국내 산업 활성화와 생태계 확장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외 투자가 맞물려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2005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가동하기 이전인 2004년 완성차시장 전 세계 점유율은 5.1%였지만 2021년 7.9%로 올라서며 국내 부품업체의 글로벌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 신사업·신기술과 전동화 투자는 물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국내 투자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 롯데지주 제공
◆롯데, 헬스·모빌리티 등 핵심산업 집중투자

롯데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신규 사업 추진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롯데는 24일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드 웰니스(Health&Wellness), 모빌리티(Mo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부문을 포함해 화학·식품·인프라 등 핵심 산업군에 향후 5년간 37조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헬스 앤드 웰니스 부문에서는 국내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한 공장을 신설하는 데 1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올해 실증비행을 목표로 하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중심으로 투자한다.

충전 인프라 사업도 본격화한 롯데는 시설 투자를 통해 연간 충전기 생산량을 1만대 이상으로 확대한다. 롯데렌탈은 8조원 규모의 전기차 24만대를 도입해 전기차 생태계 활성화에 힘을 쏟는다. 화학사업군에서는 롯데케미칼이 5년간 수소사업과 전지소재사업에 1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자원 선순환 추세에 발맞춰 리사이클(재활용)과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 분야에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리사이클 제품 10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화학사업군은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과 범용 석화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비 투자와 생산 증설에 7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유통사업군에서는 8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인천 송도 등에서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고 본점과 서울 잠실점 등 주요 지점의 리뉴얼을 차례로 진행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 제공
◆한화, 에너지·탄소중립·우주항공 집중 육성

한화그룹이 향후 5년간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 분야에 국내 20조원을 포함해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5년간 2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24일 “기존 사업들의 경쟁 우위는 더욱 강화하고, 미래 기술 선점과 시장 주도를 위한 미래 기술 내재화 등에 대한 투자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면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총 37조6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 이 중 2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는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3개 분야에 집중된다.

한화그룹이 향후 5년간 국내에 투자하는 20조원은 지난 5년간 한화그룹이 국내외를 통틀어 투자한 22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분야별로 보면 태양광, 풍력 등의 에너지 분야에 약 4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태양광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최신 생산시설을 구축해 한국을 고효율의 태양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핵심 기지’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또 수소 혼소(혼합연소) 기술 상용화, 수전해 양산 설비 투자 등 탄소중립 사업 분야에 900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친환경 신소재 제품 개발 등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해 탄소중립에 보조를 맞추는 활동도 진행한다.

방산·우주항공 분야에는 2조6000억원을 투입해 K-9 자주포 해외 시장 개척, 레드백 장갑차 신규 글로벌 시장 진출 등 ‘K-방산’ 글로벌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동시에 한국형 위성체 및 위성발사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의 분야에서 미래 기술을 선점하고 관련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앞장선다.

이밖에 석유화학 부문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 등에는 4조원, 건설 분야 복합개발 사업 확대 및 프리미엄 레저 사업 강화 등에도 2조원을 각각 투자한다. 한화그룹은 5년간 총 2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 확대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우상규·백소용·장혜진·남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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