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입 확진 0.1% 미만인데..비행기 날개 꺾는 '비과학 방역'

강갑생 입력 2022. 5. 25. 06:00 수정 2022. 5. 2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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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인천공항은 아직 슬롯이 시간당 20회로 제한돼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해외에서 유입된 건 채 0.1%가 안 됩니다. 그런데도 입국검역을 여전히 전수조사로 하고, 국제선 증편도 찔끔찔끔 해주면 어쩌란 겁니까?"

최근 만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지만, 항공편 공급은 여전히 크게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3일만 해도 확진자 1만명 중 해외유입은 17명에 불과했다. 11일에도 4만 4000여명 중 37명에 그쳤다. 거의 대부분 국내에서 코로나에 감염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해외 입국객을 강하게 통제할 과학적 근거가 사실상 빈약한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입국 때 제시해야 하는 유전자 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신속항원검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규제는 풀었지만, 입국객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검역절차는 그대로다.

또 인천공항의 야간비행금지시간(커퓨, 오후 8시~오전 5시)도 풀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방역목적으로 야간비행금지시간을 운영하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국제선 증편 역시 항공업계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인천공항에선 현재 도착기준으로 시간당 20회의 비행편만 허용돼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연말까지 코로나 이전의 50% 회복도 요원할 정도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부터 입국 때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뉴스1]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과 일본노선은 이들 국가의 방역상황 때문에 운항이 불가해 주로 유럽과 미국, 동남아 노선 위주로 운항을 재개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중국과 일본 노선에 주로 배정되던 낮 시간대(10~16시) 슬롯은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유럽·미국·동남아 노선에 배정되던 오전 시간대(5~9시)와 밤 시간대(17~20시) 슬롯은 이미 포화상태라 항공편을 더 늘리기도 어렵다고 한다.

예전에는 오전 4~9시, 밤에는 17~24시 등 모두 12시간을 활용하고 시간당 착륙횟수도 40회였지만 지금은 가용시간도 줄고 슬롯도 절반밖에 안 되는 셈이다. 국토부는 현재의 추세라면 7월에는 주당 2000회는 추가 증편해야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야간비행금지시간을 풀지 못하고, 슬롯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방역당국의 인력과 시설 부족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수요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부족해 항공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뉴스1]


이 때문에 항공권값은 치솟고 있고, 항공사들은 국제선 운항 정상화를 못하는 탓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과 공항업계에서는 방역당국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항공사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가 국내로 유입된 지 2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아직도 검역인력ㆍ시설 부족을 이유로 항공편 운항제한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검역정책은 우리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물가상승과 대량실직 등을 유발하는 행정 편의주의적이자 지극히 소극적인 행정"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과학적 방역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진행되는 방역과 항공 관련 정책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며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한덕수 총리는 방역상황점검회의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언급이 공허한 약속에 그치지 않도록 다시 한번 방역정책과 항공업계의 상황을 제대로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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