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열세' 발표에 고발도 당했다..들쑥날쑥 여론조사의 비밀

손국희 입력 2022. 5. 25. 05:00 수정 2022. 5. 2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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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과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김경록 기자·연합뉴스


6·1 지방선거를 6일 앞둔 26일부터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깜깜이 기간’에 돌입한다. 하지만 깜깜이 기간 돌입에 앞서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들도 막판까지 판세를 가늠하기 힘들게 할 정도로 들쑥날쑥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격전지 여론조사에서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인천 계양을이 대표적이다. 최근 조사에서 이 후보가 여유 있게 앞서는 듯하더니, 며칠 뒤엔 윤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리얼미터·MBN의 16~17일 자동응답(ARS)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 50.8%, 윤 후보 40.9% 지지율로 오차범위 밖인 9.9%포인트 격차였다. 계양을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5선을 한 민주당 ‘텃밭’이고, 윤 후보가 이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정치권에선 “생각보다 격차가 크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3일 뒤인 19~20일 에스티아이의 ARS 조사에서는 이 후보 45.8%, 윤 후보 49.5%로 외려 윤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3.7%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뒤이어 진행된 모노리서치의 20~21일 ARS 조사에서는 이재명 46.6%, 윤형선 46.9%, 같은 기간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의 ARS 조사에서는 이재명 47.4%, 윤형선 47.9%로 오차범위 내인 1% 미만 격차로 윤 후보가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이 후보가 부진한 여론조사가 공표되자 급기야 시민단체인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23일 “객관성과 공정성을 중대히 위반했다”며 에스티아이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 후보도 24일 라디오에서 “현장 반응은 ARS 조사결과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며 “응답률이 낮아 정확도가 떨어지고 적극적인 사람만 받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기지사·충남지사 여론조사도 “롤러코스터 같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가 18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2022 경기도 체육인 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지사 여론조사도 출렁이긴 마찬가지다. 한 여론조사 업체가 같은 기간 진행한 두 개 여론조사의 결과가 다른 사례도 있었다. 20~21일 PNR이 미래한국연구소·시사경남 의뢰로 진행한 ARS 조사에서 김동연 민주당 후보 37.8%,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45.7%로 김은혜 후보가 오차범위 밖인 7.9%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그런데 같은 기간 PNR이 뉴데일리 의뢰로 진행한 ARS 조사에서는 김은혜 44.8%, 김동연 42.1%로 김은혜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2.7%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19~20일 ARS 조사에서는 김동연 42.7%, 김은혜 42.1%로 김동연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충남지사 여론조사를 두고도 정치권에선 “롤러코스터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양승조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결과도 있고,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크게 앞서는 결과도 있다.


“관심 떨어지는 지방선거, 미묘한 지역 정서도 작용”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뉴스1

널뛰는 여론조사를 두고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방선거의 한계”라고 분석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선과 총선보다 상대적 관심도가 떨어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호불호가 선명하지 않은 편”이라며 “특히 지방선거 ARS 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10% 미만인 조사가 대다수고, 정치 적극 관여층이 주로 응답하기 때문에 조사 결과의 변동성이 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0년 54.5%, 2014년 56.8%, 2018년 60.2%로 매년 조금씩 상승하긴 하지만 총선과 대선 투표율을 밑돈다. 이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의 승패는 정당 조직력과 동원력이 가른다”(여권 관계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종합하면 전국의 ‘대세 여론’이 형성되는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지역 현안이 제각각인 데다가 지역별로 미묘한 정서적 특색이 있어 바닥 민심을 짚어내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미묘한 지역별 특성에 더해,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도 얽히기 때문에 흐름을 읽기가 쉽지 않은 선거”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여론조사에 대한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김민석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15~20%포인트 차이로 졌었는데 실제 선거에서는 0.6%포인트 차이로 졌다”며 “지방선거 (여론조사)라는 게 에러가 날 가능성이 (다른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크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격전지에서 우리 후보들이 승기를 굳히고 있고 대체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인다”며 “다만 투표율이 낮으면 불리하기 때문에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전국 유세 현장에서 투표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에 등장한 여론조사 수치들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 홈페이지 등 참고)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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