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창진'이다
쐐기 홈런·생애 첫 연타석포 활약
KIA 좌익수 경쟁서도 한발 앞서
"근성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아직 주전이 아니다. 한 타석 한 타석 최선을 다할 뿐이다.”
KIA 이창진(31)은 최근 팀의 상위권 도약에 발판이 된 선수다. 그가 빈 외야 한 자리를 꿰차면서 팀의 승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창진도 데뷔 6년 만인 2019시즌 빛을 봤다고 팬들이 붙여준 별명인 ‘빛창진’이 다시 되기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이창진은 24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직 몇 타석 들어서지 않아 현재의 기록은 의미가 없다”며 “누구나 대타로 출전하는 것보다 미리 준비할 시간을 갖고 선발로 나서면 보다 나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최근 활약에 대해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지난달 22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합류한 이창진은 이달 18일 롯데 전부터 선발로 나서며 15타수 8안타(타율 0.533·23일 기준)를 기록중이다. 양현종이 150승을 달성한 19일 롯데 전에선 9회 쐐기 홈런을 터뜨리며 4대 2 승리를 이끌었고, 23일 NC 전에서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을 치며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그러면서 고종욱 김석환 이우성 나지완 등과 함께 벌인 좌익수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 이창진은 “지난해 부상 후유증을 떨쳐버렸지만, 올 시즌은 2군에서 맞았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하게 준비해왔다”며 “매 타석 집중해서 타격하고 있고 홈런보다는 정확하게 치려 하고 있다. 운이 좋을 뿐, 아직은 주전이 아니다”고 했다.
이창진은 인천고 2년 재학시절인 2008년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하며 대형 3루수가 될 재목으로 꼽혔다. 건국대를 거쳐 2014년 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했지만, 그의 앞에는 국가대표 3루수 황재균이 있었다. 예상대로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한 이창진은 2015년 KT에 트레이드 됐고, 이듬해 상무에 입대해 2017년 팀에 복귀했는데 다시 황재균이 3루를 지켰다. 빅리그를 거쳐 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KT로 이적한 것이다. 이창진은 결국 2018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창진은 “누구 탓에 출전이 적었던 게 아니다. 당시 내야 수비를 만족스럽게 하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레 약한 수비가 타격에까지 영향을 줘 기회를 잡지 못했다”며 “상무에서 내야수비 강화와 함께 외야수 연습을 병행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창진은 본격적으로 외야수로 전향한 KIA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19시즌 생애 첫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133경기를 뛰며 0.270, 6홈런 등을 기록했다. 당시 신인왕(5시즌 60타석 이하 출전 대상) 투표에서도 대체수준 대비 승리기여도(WAR) 1위 활약을 인정받아 LG 정우영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팬들은 그 때부터 그를 ‘빛창진’으로 불렀다. 이창진은 “흐름을 탔지만 이듬해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허리 부상을 당해 귀국했고, 재활 후 복귀한 여름에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아웃 되면서 좋은 타격감을 살릴 수가 없었다”며 “좋은 선수들이 바로 자리를 채워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한 기회는 온다고 보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창진의 노력은 방망이 무게에서도 드러난다. 외야수로는 다소 작은 체구(175㎝, 85㎏)지만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워, 입단 당시보다 30g 추가한 870g 방망이를 사용한다. 이창진은 “장타자가 아니기에 큰 타구가 아닌 밸런스를 위해 무게를 늘린 것”이라며 “과한 스윙보다는 짧게 방망이를 잡고 타격방향, 타이밍 등에 중점을 둬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진은 주전 확보보다는 근성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게 우선이라고 한다. 그는 “입단 소감으로 밝혔던 타석에서 쉽게 아웃되지 않는, 근성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매 타석에서 한 구 한 구에 집중해 타격하고, 최대한 출루도 많이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주전 자리도, 좋은 기록도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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