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선거운동과 국정운영은 다르다

김영화 2022. 5. 2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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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숨가쁜 한 주였을 것이다.

5ㆍ18 기념식에서 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는 발언도 보수 대통령에게서 나온 말이라 울림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대통령직을 두고 느낀 부담감을 토로한 적이 있다.

모두가 승리를 거둘 수도 있고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일 수도 있다('제왕적 대통령의 종언'ㆍ함성득). 정치의 복원이 절실한데 서초동 권력이 여의도를 장악했다는 식의 퇴행의 얘기가 나오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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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초반 무난한 데뷔전 마친 尹 
잘 해서가 아니라 정권 허니문 효과 
모두가 승리하는 정치의 복원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박 3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선물한 탁상 팻말.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탁상에 비치했던 팻말과 동일한 것으로 'The Buck Stops Here!'라고 새겨져 있다.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의미로 트루먼 전 대통령이 1953년 고별연설에서 인용한 문구다. 뉴스1

지난주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숨가쁜 한 주였을 것이다. 국회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한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가 줄을 이었다. 성적표가 나쁘지는 않았다.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시내각을 이끌었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을 언급하면서 초당적 협치를 화두로 올렸다. 5ㆍ18 기념식에서 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는 발언도 보수 대통령에게서 나온 말이라 울림이 있었다. 마침 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인준하면서 새 정부 조각과 인사청문 정국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최고조에 달한 미중경쟁과 북한 도발 상황을 감안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합격점이다. 미중 사이에서 미국 쪽으로 확 균형추를 옮기는 만만찮은 의제가 다뤄졌지만 과속이나 졸속 우려 같은 불협화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취임 1주도 안 된 초보 대통령에게는 실로 진땀 나는 데뷔 무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막이 내리고 지금은 조용히 지나간 ‘슈퍼 위크’를 반추하고 있을 윤 대통령의 심정은 어떨지 상상해본다. ‘그래, 해볼 만하다. 정치 경험 운운은 기우 아닌가. 나는 대선도 이긴 사람이다. 앞으로는 더한 역경과 위기도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같은 위안과 격려, 그리고 자기확신 아닐까.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대통령직을 두고 느낀 부담감을 토로한 적이 있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팻말에 적힌 문구를 언급하면서 그가 전하고 싶었던 얘기는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며 국민 기대와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자리의 어려움이다. 그처럼 절해고도와 같은 자리에 있다면 지나온 성공의 길을 반추하며 스스로 자기 긍정의 힘을 주입하는 것도 동력을 얻는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자신감이 지나쳐 ‘그래, 이 길이 맞아’라는 자기확신을 굳혀갈 때는 아직 아니다. 거대 야당의 강퍅함이 없지 않지만 지금은 집권 초 허니문 기간이다. 권력의 힘이 빠지고 민심이 바뀌면 어떤 수를 둬도 다 악수가 되는 게 한국의 대통령제다. 지금은 무슨 수를 써도 잘 풀리게 마련일 뿐, 자기가 잘해서 잘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단 하루도 청와대에 있을 수 없다며 용산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고, 검찰 인사를 윤석열 사단으로 깔아도 일단은 정국이 굴러가고 있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민심 오독이다. 여전히 국민의 절반은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연대와 공감보다 능력주의를, 공존과 분권보다 갈라치기와 배제의 정치를 떠올리고 있다. 갈등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이 없으면 취임사에 쓴 ‘반지성주의’ 프레임은 언제든 대통령실을 향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안 그래도 타고난 낙관주의자에 자기 주관이 뚜렷해 뭐에 한번 꽂히면 뒤도 안 돌아보고 직진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이 패배하는 제로섬 게임 선거운동에선 이런 리더십이 유리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정운영은 다르다. 상대는 적이 아니라 파트너다. 이쪽 국민, 저쪽 국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모두가 승리를 거둘 수도 있고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일 수도 있다(‘제왕적 대통령의 종언’ㆍ함성득). 정치의 복원이 절실한데 서초동 권력이 여의도를 장악했다는 식의 퇴행의 얘기가 나오면 곤란하다. 퇴근 길 김치찌개에 고기 구워놓고 야당 지도부와 언제든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게 윤 대통령의 진짜 속마음이라고 했던가. 바이든과 나눈 대화 내용을 국민과 공유할 지금이 바로 그때다.

김영화 뉴스부문장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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