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위기의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

국제신문 2022. 5.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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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윤석열 정부가 시작됐다. 연금·노동·교육 및 규제개혁 등 산적한 과제를 안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미래의 대한민국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들이다. 필자는 이러한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추진될 과제가 재정운영의 정상화라고 생각한다.

지난 정부 5년간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재정지출을 남발했는데 그 결과 재정의 취약성이 노정됐다. 국가채무는 2016년 말 기준 627조 원이었는데 2022년 말 기준 1064조 원으로 70% 증가할 전망이다. 2002년 국가채무 규모가 133조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기간 중 지난 세 차례 정부에서 늘어난 규모만큼 국가채무가 증가한 셈이다. 특히 대응자산이 없는 적자성 국가채무는 2016년 말 357조 원에서 2022년 말 682조 원으로 91%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전례가 없는 높은 증가율이다. 물론 재정지원을 통해 복지가 강화되고 산업경쟁력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도록 했으면 좋으련만, 재정은 포퓰리즘(‘표퓰리즘’)에 근거한 현금성 지원, 단기적인 일자리 만들기에 급급했다.

새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 정상화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총론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미래를 위한 추가적인 재정개혁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재정구조는 2000년대 참여정부 때의 4대 재정개혁(국가재정 운영계획, 총액배분 자율편성 예산제도, 성과관리제도, 디지털예산 회계제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제반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우리가 당면한 도전과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재정준칙 수립이 시급하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나랏빚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재정운영을 확보하려면 법제화된 재정준칙 수립은 필수적이다. 재정운영은 우리 후손인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사 결정이다. 정치권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재정운영에 대한 큰 틀의 합의는 재정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둘째, 재정운영과 관련한 각종 제도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법령으로 규정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보조사업 평가제도, 성과관리제도 등 재정운영 관련 다양한 제도가 있다. 그러나 그 제도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이 지속된다.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는 통과율이 작년 건수 기준 91%에 이르고, 면제사업 규모가 문재인 정부 기간 120조 원에 이르렀음을 감안할 때, 제도 운용의 실효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대로 할 것은 강화하되, 실효성이 없는 제도는 과감히 폐기하는 실사구시의 제도개편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국민 관점에서 통합적인 재정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지출과 조세지출, 중앙과 지방재정 간의 연계 강화를 통해 국민에 대한 재정지원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지방재정과 교육재정과의 연계는 더 미루어서는 안 되는 핵심과제다. 행정상의 교육자치는 존중하되, 교부세 및 교육교부금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시도에 배분하는 등 보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재정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도지사 및 교육감을 러닝메이트 등의 방식으로 선출하는 제도개편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재정운영 성패가 정권 혹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1990년대 스웨덴은 재정혁신을 통해 산업 구조조정, 신성장 동력 투자, 연금개혁을 뒷받침했으며, 영국은 2010년대 지출 우선순위 조정 등 재정개혁으로 국가채무를 감소세로 전환했다. 물론 반대 사례도 있다. 그리스는 2000년대 지하경제 만연, 관대한 연금재정 등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남유럽국가를 포함해 유로존 전체를 연쇄적인 재정위기에 빠뜨렸으며,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과도한 복지로 여러 차례 모라토리엄을 겪기도 했다.


재정은 정부의 성패를 결정짓는 국가경영의 핵심수단임을 정치지도자는 명심해야 한다. 조만간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재정전략회의가 열린다. 의미 있는 재정운영 방향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철 한국자금중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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